9와 숫자들 '말해주세요' 초단편 노래 소설
“그거 맛있어?”
그라탕 그릇의 치즈 껍질 부분을 한참 맹렬히 뜯고 있던 참이었다. 그라탕을 먹을 때 이렇게 치즈가 눌어붙은 그릇 주변을 긁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치즈를 뜯어내겠다는 각오로 매번 포크 끝을 괴롭혔지만 그렇다고 뜯어낸 치즈가루들을 먹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뜯어내면 끝, 그냥 그걸로 끝이었다.
“아 이거, 먹으려고 그러는 건 아니야.”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지훈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냥, 재미로.라는 말을 붙이며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놓았다. 지훈은 그런 나를 슬쩍 바라보곤, 내가 한 것처럼 포크와 수저를 가지런히 자신의 앞에 정리했다.
“커피 달라고 할까, 라테 마실래 아니면 아메리카노?”
지훈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메뉴판을 들고 매니저를 불렀다. 라테 둘 주시겠어요? 매니저는 내 주문을 확인하면서 메뉴판을 자연스럽게 가져갔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포크와 나이프가 올려진 접시 두 개는 여전히 지훈과 나의 앞에 놓여있었다. 곧 지훈은 작은 소리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지훈의 저 습관을 안다. 그는 배가 부르면 늘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라탕 그릇의 치즈 껍질을 뜯듯 그도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나면, 습관적으로 콧노래를 부르곤 했다.
“속 안 좋다면서, 우유 들어간 거 마셔도 돼?”
나는 포크와 나이프가 올려진 접시를 옆으로 치웠다.
“이미 밀가루 잔뜩 들어간 스파게티까지 해치웠는걸. 오늘은 괜찮아.”
지훈은 잠시 뜸을 들이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기념일이잖아. 1주년.”
지훈은 나를 바라보며 포크와 나이프가 올려진 자신의 접시를 내가 했던 것처럼, 내가 접시를 치웠던 바로 그 자리 위에 조용히 포갰다. 접시들은 찰캉, 조용한 소리를 내며 겹쳐졌다. 잠시 멈췄던 지훈의 콧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언젠가 너의 콧노래가 지겨워지게 된다면, 언젠가 너의 앞에서 태연히 포크로 그릇을 긁는 습관을 멈추는 날이 온다면, 그때 나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게 될까. 하지만 그건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며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우리와는 마주할 일이 없음이 분명하다고, 나는 체크무늬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바라보며 그렇게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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