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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Jun 25. 2021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의 법칙



집 근처 복지관에서 10개월 계약직 근무를 마친 2019년 6월 말.

2019년 10월 계약이 만료되는 연세 집과 남편의 먼 직장 때문에 이사를 결심했다.


부동산을 보는 눈이 젬병이었던 나는 원룸 건물을 지은 경력이 있었던 엄마에게 SOS를 쳤고, 엄마는 강원도에서부터 제주까지 내려와 주셨다.


우리 부부가 정한 기준은 이랬다. 남편의 직장이 있는 도청 근처에서 30분 내외의 거리에 있되 제주도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전원주택일 것. 마당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꽃을 가꿀 수 있고 텃밭이 있어 남편이 좋아하는 야채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돌담집일 것.

7월 1일부터 약 2주간 집을 보러 다녔고, 거의 폐가나 다름없는 집을 구했다. 집을 구한 과정과 리모델링 과정도 파란만장했지만 그건 추후에 다시 다른 글로 풀어내도록 하겠다.

혼자라면 어림없을 일이었다. 집을 지었던 경력이 있었던 엄마였기에 어떻게 어떻게 리모델링을 하면 될 것이다라는 계산 하에 집의 전체 구조와 땅 모양만 보고 계약을 했다.

결론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람 키까지 자라 잡초로 무성하던 마당은 잡초를 걷고 나니 정원수가 아름답게 심겨 있는 고급 돌이 깔려있는 마당이었고, 물이 새던 천장의 지붕 공사를 하고 벽지와 페인트를 바르고 실내 가구를 맞추고 나니 완벽한 새집이 되었다. 계약할 때는 몰랐는데 집을 얻고 나니 거실에서 바다도 보이는 운치 있는 집이었다.


리모델링 기간 동안 엄마와 둘이서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이사할 집으로 출근해 저녁 9시까지 일을 했다. 공사해주시는 분들에게 매일 음료수를 대접하고 구석구석 청소하고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한 달 반 만에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초반에 구경 왔던 사람들은 올해는 들어올 수 있을까 싶었단다. 전기, 도배, 페인트, 외장, 천장, 화장실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었고 엄마와 내가 매일매일 출근도장을 찍으며 저녁까지 꼼꼼히 살핀 덕이었다. 엄마는 한 달 반이 지나서야 강원도 집으로 올라가셨다.  


너무 감사하고 신이 났다. 엄마가 올라가신 후로도 나는 즐거운 마음에 집을 쓸고 닦고, 마당에 나가 잡초를 매일 세 시간씩이나 뽑았다. 그러길 한 달 반. 몸에 더 이상은 안된다는 신호가 왔다. 총 세 달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몸을 쓰니 피로가 쌓이고 몸 구석구석이 저려왔다. 밤에는 엉덩이 밑부터 발바닥까지 너무 저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프면 목감기부터 오는데 목이 붓고 침만 삼켜도 목이 갈라지는 것 같아서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먹었다. 그런데 웬걸.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약물 알레르기 인 줄도 모르고 얼른 나으려고 약을 더 열심히 먹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 피부과에 갔더니 식품과 다른 알레르기는 전혀 없는데 아무래도 약 성분 중 하나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에는 없었는데 생겼다면 면역력이 떨어져서라고 했다. 피부과부터 정형외과까지 일주일 동안 여러 병원을 다녔다.


거의 한 달 동안 침대 붙박이로 살았다. 기력이 다 빠져나갔고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피로감이 심해져서 다시 침대에 누워야 했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 몸을 이끌고 운동을 다니지는 못하겠고 집에서 무료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고심했다. 올레 티브이에서 요가를 찾으니 김다영의 20분 요가가 나왔다. 마침 무료라서 하나씩 따라 해 보기로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마다 요가매트 위에 앉았다. 천천히 욕심부리지 않고 딱 한 달만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아침에 요가매트 위에 앉기가 힘들지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조금씩 개운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속도 편해졌다. 초급, 중급, 고급 별로 20분씩 20개의 강의가 있다. 초급만 여러 달 반복하고 중급으로 넘어갔다. 다시 중급을 여러 달 반복한 후 고급으로 넘어갔다. 역시 고급은 수준이 달랐다. 다시 초급. 이렇게 반복하며 지금까지 왔다.


매일 20분 이상 요가를 한 지 1년 10개월이 되어간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공복에 요가를 시작하니 속이 편하고 몸 전체가 깨어나니 오전을 부지런히 보낼 수 있다. 성실과는 담쌓고 살았던 내가 요가 한 가지를 성실하게 해내니 다른 것들도 꾸준히 해낼 용기가 생겨 도전하고 성과를 내게 되었다. 매일 큐티하는 습관이 들었고, 일빵빵 여행영어회화도 매일 듣는다. 늘 벼락치기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성실의 힘을 알고 나니 계획을 세워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도 도전해 합격했다.

체력은 말해 무엇하리. 확실히 몸은 가벼워졌고 지난달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는 2년 전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보다 더 좋게 나왔다. 시험관을 하면 몸이 많이 망가지고 체력도 떨어진다고 하던데 회복 속도가 빠른 듯하다. 조금 쉬고 잘 먹어주면 금방 활력이 생긴다.





살려고 시작했던 운동이 내 몸뿐만 아니라 생활 전체를 살려주었다.


1년 10개월 동안 요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이를 나름의 법칙으로 세워두고 염두에 두려 한다.

운동을 시작하는 다른 이들도 읽고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운동의 법칙 

1. 늙고 있음을 인정하라.
2. 성실의 힘을 믿어라.
3.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4. 나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여라.





1. 늙고 있음을 인정하라.


중고등학교 때부터 30대 초반까지 꾸준히 운동을 했었다. 고등학교 때 집 앞 볼링장에 가서 아침마다 볼링도 배우고, 대학교 때는 헬스장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요가와 PT도 꾸준히 했다. 어느 정도의 기초체력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너무 내 몸에 대해서 자신했었다.

우리 몸은 계속해서 늙어가고 있다. 아무리 건강해도 그 어떤 것도 자신하면 안 된다.


늙어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지금 여기'의 내 몸을 잘 지켜보며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 성실의 힘을 믿어라.


꾸준해야 한다. 운동의 효과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

10분이든 20분이든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 꾸준히 해야 한다.

성실은 반드시 보답한다.



3.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요가를 하다 보면 선생님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간혹 동작 자체에 욕심을 부리거나 난 왜 안되지 하며 무리하게 동작을 따라 했다가는 근육을 다치고 만다.

쉬워 보이는 동작이지만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 근육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집중하면서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해주면 된다.

나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4. 나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기 


요가를 시작할 때 늘 호흡을 먼저 한다. 가득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고. 좋은 기운을 들이마시고 안 좋은 생각들을 내보내는 과정이며 나의 몸 구석구석의 상태가 어떤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 호흡만 잘해줘도 심신이 안정될 때가 있다.

똑같은 동작을 해도 어떤 날은 잘 되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유독 뻣뻣하게 몸이 굳어있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무리하지 말고 나의 몸 상태를 온전히 바라봐준다. 오늘은 이 쪽 근육이 굳어있구나 어제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가 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많이 내려가네 허리랑 고관절이 많이 풀렸나 보다. 이런 식으로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준다.


요가를 통해 내 안의 욕심을 들여다본다. 그 욕심을 덜어내고 대신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고 그것들로 마음을 채워간다.





이것이 바로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드는 운동이 아닌

나를 채워가는 운동을 하기 위한 나만의 운동 법칙이다.


오늘도 요가로 시작한 하루.

남은 하루 내 안에 무엇을 채워가면 좋을지 차 한 잔과 함께 생각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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