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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y 22. 2022

어쩌다, 사회복지사

존버? 일을 통한 성장!

끊임없이 도전하는 일.

누군가는 성향이라 하고, 누군가는 용기라고 하고, 누군가는 불안이라 하고, 누군가는 능력이라 하고, 나는 호기심이라 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끊임없는 도전 가운데 하나가 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편입학이었다. 난 2년 뒤 학위를 취득했으며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본 뒤 자격증까지 손에 쥐었다.


내가 사회복지사가 된 데에는 제주로의 이주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집에서 가까운 복지관에 취업을 하게 됐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 좋은 선생님들이 제주에서 밥 벌어먹고 살기 괜찮다며 사회복지사를 추천해 주었다. 그렇지. 시작은 단순히 밥 벌어먹고 살기 위함이었다.


밥벌이. 딱 그 이유였는데 아뿔싸. 간과하고 있었다. 밥벌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 좋은 선생님들 중 한 명은 나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일해달라고 부탁했던 기관장도, 선생님도 나의 직장 생활 전부를 케어해 줄 순 없었다. 전부를 케어해 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각자도생이었다.


처음엔 화가 났다. 사람을 뽑아놓고 아무런 교육도 없고, 행정 매뉴얼도 없고, 뭘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심지어 관련 사업계획서도 내가 요청해서 무려 한 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보게 되었다. 하.. 어디서부터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거냐. 그 상황에서 이것저것 찾아서 익히고 공부하는 신입에게 공부는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기관장의 말은 그냥 방귀였다. 조직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게 했다. 이러고 나중에 실적 타령하겠지. 함께 일하는 선생님은 기관장이 실적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런 기관장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


매일 퇴사 본능이 꿈틀거린다. 근데 또 누구보다 열심히, 충분히 잘, 일하고 있다. 내 느낌이 아니라 목표 실적을 이미  훨씬 넘기고 있으니까 객관적인 팩트다. 그냥 나라는 인간이 그렇다. 뭘 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 이왕 할 거 열심히 잘해야 하고, 남에게는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고.. 그러다 보니 생각도 많고 머릿속에 계획도 자꾸 떠오른다. 난 즉흥적인 인간이고 유유자적 한량이 체질인 인간인데.. 반대 성향을 쓰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은 긴장하고 스트레스는 심해진다. 지난주에는 팔꿈치에서 손목 중간부터 엄지와 검지 사이가 연결되는 신경이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다녀왔다. 부황을 떴는데 어혈이 시커멓게 올라왔다. 운전할 때, 컴퓨터 할 때 긴장을 많이 하나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운전인데 그 운전을 매일 평균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있다. 치료받는데 퇴사 본능이 또 올라왔다. 아니 난 또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대.


매일 아침 요가를 한다. 10분 20분이지만 매일 하려고 노력한다. 살려고 한다. 그거라도 안 하면 온 몸이 뻣뻣하게 굳고 스트레스에 승모근이 돌덩이처럼 굳어서 누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퍽 하고 깨져버릴 것만 같아서. 요가가 끝나면 두유를 마시고 종합비타민을 먹는다. 기를 쓰고 그거라도 먹고 집을 나선다. 아무것도 안 먹으면 가뜩이나 장거리 운전에 굳어진 몸뚱이가 속까지 상해버릴 것 같아서. 아침마다 큐티를 하고 집을 나선다. 말씀으로 마음 중심을 잡지 않으면 출근하자마자 사직서를 던져버리고 나와버릴 것만 같아서.


어느덧 영혼 없는 출근형 인간이 되고 있다. 업무에 대한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 2년 반도 아니고 이제 두 달 반인데 벌써 25년은 일한 사람처럼 벌써 모든 게 지긋지긋해져 버렸다. "사람이랑 뭘 하고 싶지가 않아."라는 나의 해방일지 대사처럼 사람 자체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가득하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기대 없음'까지. 하지만 난 또 너무 쉽게 기대하고 그 이상으로 실망하는 걸 반복하겠지.


그 와중에 사회복지사의 장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많은 교육. 보수교육, 힐링 프로그램, 업무 관련 전문교육까지. 그래. 조직에 있는 사람에 대한 기대 말고 전문적인 기관에서 해주는 교육. 거기에 답이 있겠구나. 교육을 통한 도전. 도전을 받고 방향을 잡아 나가고. 조금씩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내가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세 가지였다.

집에서 가까울 것.

재미있을 것.

배울 게 있을 것.


첫 번째도 탈락.

두 번째도 탈락.

세 번째도 탈락.


요즘 새로 생긴 기준은

"나는 이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가?"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아졌다.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다.

그 교육을 통해 자극을 받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조금씩 실력도 쌓아갈 수 있다.   

실망과 불만은 끊어내고 이제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일단 존버!!


파이팅 단비야 :)




 

성장하려는 노력이, 내 오늘의 존버가.. 이 마지막 삽화처럼 허무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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