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비 Jun 22. 2022

어쨌든, 지금 여기

나의 하루 

한탄해본들 불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얼굴을 해 보인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면 같은 상황에서 밝게 웃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견뎌내는 것이다,「약간의 거리를 둔다」중



입사한 지 삼개월 반. 난 여전히 버티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생각보다 잡다한 일들을 해결해야 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몸을 쓰는 일들이 많다. 체력은 기본 조건이다. 어제도 오전에 힘 쓰는 작업을 도와주고 진이 빠져서 점심 식사가 나오는 회사 식당을 마다하고 밖으로 나갔다.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다 함께 청소했던 선생님도 지쳐보여서 의견을 묻고 함께 나갔다. 함께 나간 선생님이 자기가 밥을 사주겠다며 "요즘 무슨 일 있어요?" 물어왔다. 요즘 내 얼굴이 너무 안좋다며 무슨 일 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어보는 거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나랑 맞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중 삼중 일을 쓸 데 없이 하게 되는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재의 회사 시스템, 감정이 태도가 되는 사람을 대해야하는 불편함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차 싶었다. 


개인사나 개인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게 공과 사를 구분하며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일할 때의 나의 지론인데, 그걸 지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로 인한 고민과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자연스레 얼굴이 찡그려지는 거겠지만 업무와 직접 상관이 없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내 얼굴 표정이 안좋았다면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감정이 태도가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조금 정리되었고, 퇴근 후 집에 와서 독서를 하고 큐티를 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나의 지금 여기에 충실하기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두운 얼굴로 불평하기보다 웃는 얼굴로 묵묵히 내 할 일을 하기로. 


고집스럽게 감사함을 찾아내 감사하기로. 하나 둘 씩 감사를 찾다보면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각이 들테니까. 


일단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이 밤 에어컨 없이 창문만 열어도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제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사는 것부터 감사하기로 하자. 

그리고 비록 얼마 되지 않지만.. 이번주 월급받는다. 야호! 


이렇게 또 하루를 산다. 


서귀포 수월봉 근처 트래킹 길.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도달하는 것 처럼. 나의 하루도 내 전 인생에 있어서 그런 걸음이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사회복지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