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국물 요리, 사람 냄새나는 떡만둣국.
온몸을 욕조에 푹~ 담그는 목욕을 하고 싶은 나날들의 연속이었던 지난 1월..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서 욕조 목욕을 했다. 좀 낡긴 했지만 욕조가 있었던 덕분에 딱 한 번 몸을 담가보곤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았는데, 온몸이 추위에 지쳐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욕조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겨울엔 추워서 더 씻기가 싫은데, 탕에 들어가는 목욕은 더욱 절실해지는 계절이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이 있는 계절이다.
몸을 지지는 뜨거운 목욕과 속을 지지는 국물의 정점을 찍던 1월의 마지막 메뉴로는 자연스레 떡만둣국을 선택하게 되었다. 설이 다가오면서 친척들과 빙~ 둘러앉아 만두를 빚던 지난 어린 시절 생각도 났고, 국물이 식어가도 안의 만두만큼은 뜨겁게 먹을 수 있는 매력포인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냥 쪄 먹어도, 구워 먹어도 맛나지만, 떡국떡과 함께 탕 속에 들어간 만둣국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내 마음 한 구석에선 엄마가 또 문경에 오시면 직접 빚은 만둣국 한 그릇을 꼭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풀풀농장의 유기농 조동지쌀로 만든 떡국떡과 아리흑밀의 만남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원래 작년에 조동지쌀로 만든 떡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시기를 놓쳐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농부님께 먼저 연락이 와서 운 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보통 현미로 만든 떡국떡은 흰떡보다 쫄깃함이 덜 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니 웬걸.. 조동지쌀떡은 완전 '쫠깃쫠깃~' 그 자체였다. 만둣국을 만드는 동안 조동지 쌀떡이 다 떨어져서 내가 개인적으로 끓여 먹을 쌀떡이 없어져 매우 아쉬웠지만.. 모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나라 토종쌀 한 종류를 알리고 맛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본 거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아리흑밀도 앉은키밀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토종밀의 한 종류였다. 궁금한 마음에 한 포대 구입을 해서 만두를 빚어보았는데 구수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그냥 흰 밀가루보단 찰기가 좀 덜해서 우리밀 중력분을 섞어야 만두가 터지는 불상사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한다면, 맛도 향도 식감도 모두 포근한 정감이 가는 토종밀가루였다.
홀로 만두를 빚으며 여러 생각에 잠겼지만, 가장 선명한 기억은 매번 명절 때마다 친척들과 주방 바닥에 빙~ 둘러앉아서 만두를 빚던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내가 이렇게 직접 식당을 차려서 만두를 빚어 팔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주방에 관심이 많았기에 집안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 들락날락 거리며 이것도 만져보고, 저것도 건드리며 잔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돌아가신 큰 이모는 항상 나에게 "그럴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겠다!"라고 소리치며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다. 나중에 시집가면 질리도록 요리하게 될 거라는 말을 덧붙여주셨지만, 마흔 가까이 시집은커녕 연애 한 번 못해본 사실을 이모가 아신다면.. 과연 그때 그만큼 날 혼내셨을까 싶다. 허허..
이래저래 만두 빚는 동안 든 생각들은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이 된 이도 모두 생각나게 만드는 음식이 나에겐 만두 같았다.
언제부턴가 친척들과 함께 빙 둘러앉아서 만두를 빚는 시간이 더 이상 내게 오지 않고 있음을 알아채버린 거 같다. 중학생 무렵까지는 이모, 큰엄마, 외숙모들과 함께 전을 부치고 만두를 빚으며 명절을 보냈지만 어느 날부터 그리 자주 모이지 않게 되면서, 만두라는 음식도 나에겐 자연스레 멀어져 갔던 거 같다.
이젠 식당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음식을 팔고, 그 음식이 주었던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니.. 시대가 변해서 예전만큼 친척들이 자주 모이는 문화는 점점 없어지고 있는 거 같지만, 그래서 솔직히 좋은 점도 있고 동시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요즘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사람 부대끼는 문화 속에서의 경험들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이 왠지 모를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경험과 추억 속에서 나만의 요리가 하나씩 탄생되어 가고 있음을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 수 있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영향도 크고, 알게 모르게 집안 어른들과 엄마의 솜씨 그리고 입맛.. 나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어 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이 지금 돌아보니 큰 유산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추위에 몸을 떨며 식당 문을 열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과 함께 몸을 녹여가며 요리작업을 하고 있지만, 만둣국 덕분인지 사람 덕분인지, 훈훈한 기운이 몸안과 밖을 맴도는 가운데 겨울의 끝자락 2월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