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쓸 만한 조과장 Oct 16. 2020

더 이상 주말에 출근하지 않으려고요

일주일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월요병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2년 전 피곤한 얼굴로 월요일에 출근을 하고 있는데 한 직장선배가 말을 건넸다. 'ㅇㅇ씨 월요병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내가 어찌 대답할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는 , '일요일에 나오면 돼'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주말에 출근을 하는 씁쓸한 직원 중 한 명이었기에, 그 말이 장난인 줄 알면서도 그리 웃기지만은 않았다.


월요병. 월요일 아침만 되면 눈꺼풀이 평소보다 더 무거워지며, 진수 상찬이 있어도 입맛이 없으며,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그런 월요병을 피하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하라니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격주에 한 번은 주말 출근을 하였다.


주말 출근은 출근시간 제약이 없기에 11시쯤 편안한 옷을 입고 집을 나온다. 회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처럼 편안한 복장을 하고 온 직장동료들이 묵묵히 업무들을 보고 있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 사전승인 없이 주말근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말없이 나와 잔업을 처리하는 직원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더 이상 주말 출근을 하지 않는다. 평일에 일을 마치지 못하면 다음 주에 미뤄서 처리한다. 주말에 나갈까 고민할 때는 평일에 조금 일찍 가서 바싹 처리하고자 마음먹는다. 물론 이전보다 일이 능숙해지고 진급하여 심리적 여유가 생겨서 일 수도 있다. 일 양과 관계없이 주말출근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출근보다도 주말을 나의 미래를 위한 재투자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못 읽은 책 한 권을 읽는다거나, 코멘토 강의를 준비한다거나, 브런치에 글 쓸 내용을 정리하던가 등산과 금융공부를 하며 주말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회사에 나와 잔업을 처리하는 거보다 이러한 일들이 내게 더 우선순위가 되었다.


요즘 것들은 정말 열정이 없을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요즘 것들은 열정이 없다고 


"나 때는 달보고 출근하고 달보고 퇴근했어. 나 때는 일하다가 집에 며칠 만에 들어가서 아내가 문도 잠그고 말이야~ 나 때는 휴가는 돈으로 받았는 게 정석이었는데~ 


그렇다 윗분들의 회사생활만 돌아봐도 그분들에 비해 나는 회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찾아볼 수 없다. 내가 더 남아서 일한다고 그분들의 열정을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렇게 까지 회사생활에 열정을 쏟고 싶은 의지가 스스로 없는 거 같기도 하다.


한주에 60시간, 무언가를 성취하고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한 분야에 투자하라고 한다. 나는 그 분야를 회사생활이 아닌 다른 분야를 택하였고, 윗분들은 그러한 열정을 회사에 쏟은 것뿐이라 생각한다. 요즘 것들도 나름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매일을 후회 없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것들에게 회사는 그러한 열정을 쏟아부을 온전한 대상은 아니다.  역사상 회사가 개인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상위 소수들이었다. 그래서 내 주변에도 회사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선택한 것이라 생각하고, 회사 내에서 승진보다는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걸 목표로 잡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의 세대는 점 차 더 회사 내에서 시간보다는 회사 밖 시간에 많은 투자를 하는 세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코로나 이후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저성장의 늪은 깊어지고 있다. 회사생활 이후의 모습이 그 사람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말했던 것도 이러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한 몫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요즘 것들'이 열정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변화된 시대 안에서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살고 있는 세대일 뿐이다. 그 열정이 회사 내에서는 못 비칠 수 있지만 그만큼 회사 밖에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고 있다.


월요병 안 걸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


어느 날 월요일 아침 다시 누군가 내게 묻는다. ㅇㅇ씨 피곤해 보이네? 월요병 안 걸리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나는 이제 조금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쉬는 날에 내가 원하는 일을 후회 없이 투자하며 보내면 돼요. 월요일은 내가 쏟는 수많은 시간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이상 나를 힘들게 옥죄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바쁘다고 말한다. 출근 퇴근 출근 퇴근 이러한 쳇바퀴 같은 삶이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말에는 푹 쉬고 싶고 어딘가로 떠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말한다. 물론 재충전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얼마나 바쁘게 사는지보다 왜 바쁘게 사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내 삶이 왜 바쁘다고 느껴지는가. 일상을 불평하기 전에 내 일상을 한번 되돌아본다.


나는 유튜브를 참 많이 본다. 출퇴근길, 주말, 자기 전 내내 별 관심 없는 내용이지만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틀어 아무 생각 없이 본다, 그러다 시계를 보며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 걸 보고 화들짝 놀린다. 그리고 계획했던 강의자료를 쓰거나 글쓰기 혹은 공부에 전념하려고 노력한다. 이러면 항상 계획 대비 시간이 부족해진다.


이처럼 회사일이 너무 많아서 못했어. 주말에 재충전을 하느라 시간이 없었어. 이런 말은 답 일수도 있지만 씁쓸한 답안지이다. 돌아보면 내 일상 속에는 분명 빈 시간들은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나를 위해 투자하는데 활용하지 않을 뿐이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일이 많아 바쁜 게 아닐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직장인의 아침 출근길마다 지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돌파구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 선배처럼 후배에게 씁쓸한 농담을 하는 선배가 될 거 같았다. 이는 나를 위해서도 회사에 올 후배들을 위해서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잊혀진 것들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