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아닌 척을 한다.
아주 큰 마음이 있음에도
스스로도 가끔은 헷갈릴 만큼
그 주인은 누굴까 의문이 들 정도다
좀처럼 아는 체를 안 한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모든 게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눈은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다)
이를 악물고 아닌 척을 한다.
시간이 지나
원하던 대로 되는 경우도 있고
늘 그렇듯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닌 척하는 것을 아닌 척하고 싶기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적은 없다.
다만 글로써 적는 건
단서가 텍스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화는 혀의 굴림, 부지런히 움직일 입꼬리,
손짓, 눈동자 같이 온몸이 말을 하고 있지만
내용은 허영심 많은 누군가가
가짜로 지어낸 내용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러모로 증거가 불충분하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뭔가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고 치부하거나
더 나아가 허영이나 자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글로 적고자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무의식적으로 짓고 있을
본인의 우월감에 젖은 표정을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렇담 언제든 잘못 들어온 냥 뒤로 돌아가세요.
문을 일부러 열어 놓았으니
모호한 징크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 평양냉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존재하는지 아닌지
또는 아닌 척하는지도 모를
진미평양냉면의 맛에 대하여
*요새 즐겨듣는 유키 구라모토의 Last Fascination이란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