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도 (보니스 피자 - 쿠촐로)

에세이 입니다. 근데 이제 맛집을 곁들인

by 최석원

가끔 이미 행복한 상태에서 이보다 더 행복에 도달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이는 아마 내 기질적인 측면이 클수도 있다. MBTI를 믿진 않지만 참고차 말하자면 내 MBTI는 INTP와 INFP 사이 어딘가이다.)

행복의 단계를 구분 짓는다면 '더 행복'이라거나 아이유의 3단 고음 마냥 3단 행복 이란게 존재하려나


그날 이미 1차에선 보니스 피자펍에서 잘 구워진 페퍼로니 피자 조각으로 느긋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과하거나 무리하게 토핑이 올라가 보기에도 엉거 주춤하지만 억지 미소를 짓고 있는

미스코리아 같은 여타 K-피자들과 달리 보니스의 그 녀석은 자유로움과 단정함 사이에서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해주었다.


바쁘게 입을 움직이며 나눴던 대화 속에서도 맥주와 피자를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한도없는 행복을 마냥 즐기다가 소화기관의 물리적 한계에 이르러서야

우린 손에 뭍어 있던 손가루를 털어냈다.


소화기관의 한계 보다 알콥 흡수력의 한계가 더욱 크게 느껴졌기에

우린 다섯 발자국 남짓되는 거리의 '쿠촐로'로 입성했다.


익히 전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높은 가격과

응당 그에 따라 반비례하는 양에 의해 공복인 상태에선 섣불리 문턱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지만 배부른 탓에 마음의 여유마저 함께 늘어난 탓인지

우린 어느새 쿠촐로 의자에 앉아 메뉴판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행복의 단계에 의심을 표했던 차에 한 입 가득 넣은 쿠촐로의 트러플 파스타는

배를 당기게 하던 보니스의 피자나 얇은 면보단 굵은 면을 선호하는 취향 따위 같은 잡념들은

이미 몇광년 떨어진 채로 행복의 한 가운데 서 있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글래머러스한 자태 속에서 어떠한 수사적 표현도 찾지 못한 채 얼굴을 찌푸리고

나지막히 테이블의 파스타에게 '와'라고 들릴 듯 말듯 속삭이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토록 강력한 행복이었지만 그 뒤론 이상하게 다신 그 가게를 방문한 기억이 없었다.

맛이 변했다는 네이버 블로그 후기들에 더해 의지를 굳건히 하고

과거의 행복을 다시 찾으러 갔을 때 무참히 그 이전의 경험마저 잃을까


머릿 속 한 모퉁이 '더 행복'이란 단어를 뜻하는 쿠촐로의 뜨끈~한 트러플 파스타를 항상 남겨 놓고자

*그때의 기억에 어울리는 Christian의 Too Good 이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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