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오크스의 황금빛 미래가 빛나기만 할까

베이비 팜 _ 조앤 라모스

by 효리더



이 책은 창비 서평단 활동을 통해 만났다. 제목에서부터 이질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직역하면 아기 농장이라는 것인데, 그 말만 들어도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생명의 탄생이 과연 플랜테이션 농업처럼 산업화된다는 말일까? 유전자 복제와 유전자 가위라는 생물학적 용어가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는 지금 사회에서 생명의 산업화 또한 가까운 미래에 종종 들리는 용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전체적 흐름은 ‘대리모 출산’과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큰 뿌리를 타고 각각의 인물들의 상황과 생각으로 잔가지가 뻗어져 나간다. 중국계 혼혈인 메이는 세계의 모든 부자들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을 수 있는 대리모 리조트 골든 오크스의 관리인이다. 그녀는 아시아인 특유의 성실함과 철저한 완벽주의로 대리모 시장의 성공을 통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야망 가득한 30대 여성이다.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 부촌에 사는 부자 부모들의 섭외 1순위 산후도우미인 아테와 미국인 남자와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로 이혼하고 난 후 미국에서 딸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을 위해 대리모를 선택한 제인 또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레이건은 아시아계인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받았지만 강압적이고 성공지향적인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돈을 벌기 위해 대리모 산업에 뛰어든다. 이 네 사람 모두 기회의 땅 미국에서 본인들이 목표하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들의 타당한 가치관의 믿음으로 대리모 산업에 뛰어든다.

KakaoTalk_20201208_132233635.jpg 생각 없이 들으면 레이건의 말도 일리 있는 듯하나, 모든 인권문제가 그러하듯 깊이 들여다볼수록 얼마나 큰 문제의식이 있는지 알게 된다.


레이건의 시작은 다른 필리핀 여자들과는 달랐다. 물론 레이건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독립적인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가 다른 일보다 대리모를 선택한 데에는 봉사 정신이 그녀에게 우선시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난자는 다른 여자들과 같이 한 달에 한번 생산되고 무의미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그녀는 절실하게 아이를 가지길 원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난자를 쓸모 있게 사용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원했던 젊고 경제적 성공을 이뤄 남들 부러운 삶을 살기보단 의미 있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원한 레이건에게 대리모 출산은 경제적 수단보다는 타인에 대한 윤리적인 봉사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창의적이었던 레이건의 엄마도 세상 논리에 잘 맞춰진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듯 대리모 신청을 통해 본인이 얻으려 했던 이타적 논리의 가치가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짓밟힐 것이라는 것을 레이건도 직감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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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아테를 물질만능주의로 만든 것은 그녀 자신일까, 그녀가 속한 사회일까.




그에 반해 베테랑 필리핀 산후도우미 아테는 정확한 안목으로 미국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 부유한 미국인들의 환심과 돈을 얻어내는 영리한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했어도 부자가 되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그녀는 미국에서의 수입으로 필리핀 고향 땅에 건물을 세 채나 샀을 만큼 목표를 이뤄나가는데 성실하다. 아테 자신에게 인권과 윤리는 돈을 버는 수단이고, 필리핀에 남아있는 안타까운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수단일 뿐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제인만큼, 아이를 낳을 수 있을 만큼 젊지 않아 잃어버린 대리모 출산 기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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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을 싫어하면서도 차별적 언론플레이에 언제나 감명받는다.


중국계 미국인 골든 오크스 관리자인 메이도 아테와 같은 무조건적 성공 지향적 인물이다. 그녀가 세우고 있는 대규모 대리모 사업계획인 맥도널드 프로젝트만 확실히 투자받으면 그녀는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주입시켰던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는 아테처럼 가족이라는 사소한 목표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경제전문잡지의 커버에 대문짝만 하게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다. 그러한 그녀에게 대리모 사업은 돈 많은 거부들의 출산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주고 미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유색인종 여성들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사회 재분배의 도의적 역할도 하는 완벽한 사업 프로젝트이다. 대리모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산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것은 사업 수익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리스크일 뿐 인권적 질문과는 상관없다. 제인은 아테와 메이, 레이건과 같이 거창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고 대리모 출산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어린 딸과 미국에서 평범한 가정이 그러하듯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고, 딸과 함께 살기 위해선 딸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이러한 소박한 꿈의 계획에 백인 대리모 리사가 걸림돌이 되어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려 한다.

여러 인종의 여자 주인공인 이 책에서는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기대감, 미국인이 가지는 미국에 대한 절대적 안정감과 우월감, 돈 많은 백인이 이 사회에서 가지는 무조건적인 권리와 자유 등 인권에 대한 포괄적 질문들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그리고 사회에 분배된 권리와 이익을 개인이 돈으로 어디까지 선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해볼 수 있다.

가제본을 통해 전부다 볼 수는 없었지만 정식 발매일이 된다면 제인이 어떠한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 직접 구매해 볼 것 같다. 제인의 변화된 선택이 책에 나온 모든 여성인물들의 노선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질문하려는 것이 주인공들의 마지막 선택에 달려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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