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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랑 Jan 23. 2018

가상화폐 거래소, 너 누구냐?

21세기 첨단 기술이라며? 근데 하는 꼴은 20세기 동네 계 모임인데?


나는 '가상화폐 광풍'을 보면서, 짧은 인생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저것은 사기다!"를 직감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신분 상승 기회가 박탈당한 2030세대의 마지막 탈출구로 묘사하죠.

하지만 40대가 돈을 훨씬 많이 투자했습니다. 인원 비율로는 30대 남성 회사원이 1위, 20대 남성이 2위라고 하죠. 정작 3위인 '말없이 돈을 훨씬 많이 투자한 40대'는 논외더군요. 하긴 투표는 각자 한 표니까.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만약 내가 '가상화폐 거래소 사장'이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현재 거래소 시스템이 가상화폐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건 '가상화폐 협회 고위인사'도 자인한 사실입니다. 물론 티브이에서 그렇다고 말해놓곤, 아몰랑 궤변을 시전하더군요. 모든 간섭에서 배제되어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 쓰여야 하는 데, 거래소는 그 사이에서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시스템은 너무나 낙후돼서, 반세기 전의 동네 계모임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유수의 거래소, 지금 투자자들이 입금한 자금 총액이 얼마나 될까요? 조 단위는 우습게 넘겠죠? 그리고 투자자들은 그 돈을 출금하기 이전에는 사실 '가상의 돈'에 불과한 장부상 숫자만 보게 됩니다.

동네 야바위판의 딜레마가 나오죠. 분위기 띄울 때 다들 인출하면 실제 돈은 부족해서 결국 거래소가 손해 보고 메꿔줘야 합니다. 국내 거래소가 그럴 여력 있었을까요? 당연히 없죠. 파산하고 손들면 땡입니다.


돈이 그 정도 모이면 그깟 수수료 잔푼이 문제가 아니다. 더 확실한 한방이 생긴다.

       

그런데 이번에 거래소 사장, 임원들이 투자금을 개인 계좌로 빼돌린 정황이 당국에 포착되었습니다. 그 돈으로 가상의 계좌를 만들고, 자기들 거래소에서 일반 투자자들과 머니 게임을 즐깁니다.

만약 임원들이 불리하면 서버 셧다운 시키고, 유리하면 판을 얼마든지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

 

결국, 투자자들은 자기가 낸 돈과 싸워야 했을 겁니다. 장부상 숫자가 줄어드는 게 자기 탓인 양 자책했겠죠.

요즘 사태를 보면서 정말 "인류의 과학기술은 아무리 발전했을지라도, 인류 일부는 여전히 중세시대의 두뇌를 가지고 있다."라는 점을 느낍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 은행 직원이 은행 돈 13억 빼내서 가상화폐 했는데, 돈 벌어서 원금 메꾸면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다.'     

'어떤 회사 직원이 회삿돈 3억 빼서 6억 만들고, 원금 집어넣으면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일단 돈이 원래 있어야 할 계좌에서, 어떤 이유로든 잠시라도 타인 계좌에 빠져나가면 그 자체가 횡령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도 엄청 많아요. 거래소 임원 계좌로 투자금이 흘러간 사실을 놓고 여전히 '그게 무슨 문젠데?' 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아마 그들의 돈은 이번 사례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사기당했을지 모르죠.

      

요즘 갑갑합니다.

홍길동도 아닌데, "사기를 사기라고 맘 놓고 부르지도 못하고…."


성공한 사기는 진실이 된다죠.

아주 유치한 사기가 돈에 대한 그릇된 욕망을 가진 이들을 터는 또 다른 욕망의 순환이 되어 21세기에 먹힐 줄 몰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거래소가 있고, 21세기에 새로운 사이버 종교를 만들려는 거짓 선지자들이 날뛰는 시대입니다.

  

솔직히 가상화폐 기술이란 거 자체가 별로예요. 그냥 사람들이 다 '기술은 좋은데…' 하지만, 기술도 별로입니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또 다른 허술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암호화 기술은 20년 전에도 충분히 유용했습니다. 귀찮아서 사람들이 안 써서 그렇지.



[관련 기사]

http://www.huffingtonpost.kr/2018/01/23/story_n_19060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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