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핵심인재 소릴 내었어(3/3)
이처럼 우리는 빨라진 무기력, 다르고 느린 디지털 전환, 여전히 먼 수평조직 문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니콘을 확보하려면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지금-우리가-무엇을-어떻게'라는 시퀀스에 맞춰서 질문을 던져봐야죠.
1. 과거 핵심인재의 정의는 지금에도 유효한가?(지금)
: 유효하지 않습니다. 조직(혹은 브랜드)이 만들어내야 할 결과물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결과물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2. 우리의 삼중고에 비추어 봤을 때 생산해야 할 '가치'는 어떻게 대체 혹은 재정의 되어야 하는가(무엇을)
: 조직의 과제는 존재가치를 어떻게 구현하여 경쟁력을 창출할 것인가로 귀결됩니다. 구현하는 여러 방법과 고민들이 있겠지만 그것을 행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다소 거칠지만 조직의 가치는 그걸 구현하는 사람으로 대체 혹은 재정의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 거죠. 어떤 유니콘(핵심인재)이 필요할지는 조직의 가치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죠.
우리의 삼중고 가운데선 디지털 전환에 대한 요구가 가장 먼저 도드라질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는 있죠.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활용, 인공지능의 효율적 활용 등이 1차적으로 요구될 겁니다. 그러나 이걸 강조하는 건 그저 낮게 열린 열매를 따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건 하던 일을 더 잘하는 도구로 쓰자는 얘기거든요.
우린 인공지능의 성능과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래에 '효율성'으로 대표되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역량과 능력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리라는 결과 역시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2차적으로 데이터 리터러시, 감성지능, 문제해결 능력, 창의성 등이 강하게 요구될 것입니다(개중 데이터 리터러시, 창의성 등은 의외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문제해결 능력과 감성지능이 남는데 저는 이 두 역량이 유니콘(핵심인재)의 필수요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인공지능의 활용 같은 1차 요구는 개인적 차원에서 기본사양으로 갖추길 바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알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생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3. 문제해결 능력과 감성지능은 어떻게 사용하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어떻게)
: 문제해결능력은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내며,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 Patagonia라는 의류 브랜드를 볼까요. 이 회사는 제품의 수명 주기를 연장하기 위해 'Worn Wear'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사용한 제품을 수리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가치를 제공합니다.'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보호하는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설득력을 부여한 셈이죠. 자신들의 철학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한 사례입니다.
감성지능은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말하죠. 감성지능은'고객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접근하기'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Starbucks는 고객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고객이 매장에서 불편을 겪었다 말하면, 직원들은 즉각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커피가 아닌 공간을 판매한다는 그들의 가치 구현에 적절한 감성지능인 셈이죠. 요즘 시끌시끌한 이유도 존재가치, 특유의 감성지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적 연결과 공감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작업은 장기적으로 조직의 경쟁력을 배가시켜 줍니다. 이런 역량을 가진 유니콘들은 조직의 철학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4. 유니콘을 위해 필요한 조직 혹은 개인차원의 지원은 무엇인가(우리는)
: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정의하지 못하는 조직이 정말 많습니다.
존재가치를 정의하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해결되었다 가정하고 얘기해 볼게요.
유니콘에 대한 요구가 다르다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글로벌 수준에서 유니콘에겐 1차 역량보단 2차 역량에 대한 요구를 높게 가져가는 추세입니다. 우린 느리고 뒤틀린 디지털 전환으로 1차 역량의 요구가 높은 환경이죠. 그렇다고 2차 역량에 대한 비중을 낮게 가져가기엔 기술의 발전 및 진화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성과중심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환경하에 개인 수준에서 높은 1차 역량만 요구하는 건 되려 유니콘의 의욕만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2차 역량에 대한 요구를 더 높게 가져가야 합니다.
조용한 사직은 성과 중심의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과도한 업무 요구와 낮은 보상에 대한 반발, 삶의 가치관 변화와 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조직 혹은 조직에서 맡은 일에 대한 의욕이 하향 평준화되는 과정이니까요. 모두의 의욕이 떨어지고 있는 조건입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책임과 권한의 명확한 설정과 적절한 위임, 도전과 보상을 주면서 성장을 확인하세요.
데려올 것이냐? 키워낼 것이냐?
이제 2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외부 영입이냐 내부 육성이냐가 그것이죠. 선택지는 갈리지만 둘 다 유니콘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은 물론 접근법도 다릅니다.
외부에서 영입할 경우엔 영입 기준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조직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선정하고, 그 기준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표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죠. 일례로 '유머러스한 대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낸다'를 가치로 삼은 호텔이라고 가정한다면 대면 서비스에 대한 확실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거나 개발-성공 경험이 있는 이를 영입하는 게 맞을 겁니다. 다른 기준을 들이대면 되려 혼란스럽습니다. 바라는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지만 정착하고 뿌리내리는데 드는 비용까지 감안해야 합니다.
내부에서 육성한다면 성공 경험을 어떻게 누적시키고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디까지 전권을 줄 것인지, 성공 경험의 누적을 위해서 어느 선에서 어떻게 부담을 덜어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외부 영입에 비해 신경 쓸 건 많지만 정착하고 뿌리내려야 하는 위험 부담은 적습니다. 상대적으로 생착률이 좋은 편이죠. 내부에서 유니콘 양성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큰 틀에선 이런 구성이 될 겁니다.
1. 연차, 직급에서 제공되어야 할 성공 경험의 양과 질을 사전에 결정한다
2. 입과를 결정할 기준을 함께 고민한다
3. 6~7년 차에 유니콘 프로세스 입과. 최소 2년 이상의 평가 기간을 부여한다
-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증명한 최소한의 기간. 내부 사정에 맞게 조절가능
4. 입과한 인력들에게 업무 수행기준을 조직의 존재가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제시한다
5. 권한이 부여된 프로젝트를 주고 실패로부터의 부담은 덜어준다
- '잘하려다 생긴 실수는 커버해 준다. 너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를 심어주는 과정
6. 프로젝트에서 성과 잘 나오고 로열티가 깊어진 대상자들은 고급 의사결정과정으로 이관한다
- 조직이 추구해야 할 부가가치, 타깃, 미래 시장, 의사결정 확률을 올리는 방법론 등
- 업무의 권한 증대와 금전적 보상(기대보다 살짝 높은 수준)을 단계적으로 지급
게임 캐릭터 하나 키우는데도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들어갑니다. 핵심인재도 그렇습니다.
다음회차부턴 필드에서 겪었던 얘길 좀 해볼까 합니다.
인사이트에 핵심인재 얘기까지 데이터 분석과 거리가 조금 멀었거든요.
환절기 건강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