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3세의 사랑이야기
로마노프 가문 출신들의 남성들에게는 대체적으로 "바람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로마노프 대공들 중에도 순정파가 존재하기도 했었죠. 이런 순정파의 표본이 바로 황제 알렉산드르 3세입니다. 사실 그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매우 극악한데 입헌주의로 나가려던 러시아에 독재정치를 강화했기에 결국 러시아 혁명이 일어날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평가하죠.
하지만 그의 개인적 인품은 그의 정치적 평가와는 조금 다른 것이었죠.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은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둘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빛나는 재능을 가진 형 황태자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이 있었습니다. 형제는 어린시절 함께 교육을 받았지만 똑똑하다고 평가되는 형 니콜라이 대공과는 달리 알렉산드르는 전형적인 로마노프 대공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군대가 삶의 전부인 단순무식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대공은 자신의 재능을 알았고 빛나는 재능의 형이 언젠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살았었다고 합니다. 그는 무도회에서 형이 즐겁게 노는 동안 노인들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걸 구경하는 것에 만족했었습니다.
이런 알렉산드르 대공도 나이가 들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그녀는 바로 황후의 시녀였던 마리야 공녀였습니다. 유럽 궁정에서 시녀라는 직책은 고위 귀족들만 하는 명예로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러시아 대공과 결혼할만큼 지위가 높은 것은 아니었죠. 대공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런 문제때문에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대쉬할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마리야 공녀의 슬리퍼를 가져와서 간직했었죠.
대공의 삶을 바꾼것은 바로 형 니콜라이 대공의 죽음이었습니다. 형이 죽은뒤 대공은 형의 모든 것을 물려받아야했습니다. 바로 약혼녀까지도 말이죠. 니콜라이 대공은 덴마크의 공주였던 다우마 공주와 매우 깊이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죽어가면서 그는 약혼녀를 동생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황실에서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이제 황태자가 된 알렉산드르 대공에게 다우마와 결혼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랑하는 마리야 공녀가 있었기에 알렉산드르 대공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아버지인 황제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황위를 포기할수도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대해서 황제는 매우 화를 내고 아들에게 당장 덴마크로 떠나라고 명령을 내렸으며 마리야 공녀는 궁정을 떠나 서둘러 결혼해야했다고 합니다.
알렉산드르는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한뒤 덴마크로 가게 됩니다. 덴마크에서는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다우마 공주가 있었죠. 둘은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며 결국 알렉산드르는 다우마에게 청혼하고 둘은 결혼하기로 합니다.
러시아 황실에서는 단순무식한 황태자와 결혼하는 작은 덴마크 공주에 대해서 매우 불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의 성품은 매우 고지식했었기에 힘들거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자신의 애정관에 도 고지식함을 적용했습니다. 그는 아내를 평생 사랑했으며 정부를 들이지 않았던 첫 러시아의 짜르였죠. 그는 아내를 너무 사랑했는데 늘 친정식구들과 가까웠던 다우마 공주는 자주 덴마크로 여행을 갔는데 황제는 아내가 여행을 갈때면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아내의 방 주변을 맴돌면서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내를 따라 자주 덴마크로 가기도 했었구요.
알렉산드르 3세의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내만 바라보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