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주(Russian Ark,2002)

이제는 박물관이 되어버린 겨울 궁전의 이야기들

by 엘아라

러시아 예술 영화의 전통은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전통은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만들수 있을 것이며 2002년에 개봉한 영화 "러시아 방주"에도 그대로 담기게 된듯합니다.


이 영화는 화자의 시점으로 한컷으로만 구성된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화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의 시선을 따라 현재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되어있는 "겨울 궁전"의 여러곳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러시아의 역사를 어느정도 이해해야만 영화내의 사건을 이해할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러시아 예술 영화의 전통을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독특한 시도 때문이었는데 거의 100분에 가까운 이 영화는 오직 한 컷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영화는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여러곳을 보고 있고, 장면은 나의 시선이 고정되는 곳으로 바뀌는 것이지 절대 인위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p1.jpg 러시아 방주 포스터


영화는 화자이자 20세기를 살고 있었던 "나"가 사고를 당하면서 19세기 복장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그가 간곳은 현재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되어있는 건물입니다. 이곳은 제정 러시아 시대 "겨울 궁전"으로 불렸던 곳으로 황실의 화려함이 배어나오던 곳이었습니다.


https://youtu.be/ZV1kphEEXn8

영화 트레일러


영화는 겨울 궁전에서 일어났을 법한 여러 러시아의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겨울궁전내의 여러 장소에서 여러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든 표트르 대제부터 겨울 궁전의 미술 컬렉션을 만들었던 예카테리나 2세 그리고 화려함을 뽐내던 니콜라이 1세 시절의 모습과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 가족들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169620.jpg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 그리고 다섯 자녀들


궁전을 떠돌던 "나"는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는 "후작"이라고 불리던 인물로 러시아인이 아니라 "유럽인"입니다. 스스로를 유럽인이자 수석외교관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궁전에 남아있는 여러 러시아의 기억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겨울 궁전에 묘사된 장식들을 조잡하다고 이야기하고, 글린카의 음악을 들으면서 "독일인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하죠. 20세기를 살았던 인물인 "나"는 이런 그의 이야기에 그다지 동조하지 않습니다.


169612.jpg 후작, 아마도 퀴스틴 후작이 모델이 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퀴스틴후작은 러시아를 여행한후 러시아 기행기를 썼었다고 합니다.


후작은 방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참견을 하고, "나"는 그저 그를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딱 방하나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죠. "나"는 후작을 말립니다. 하지만 후작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너무나 추운 겨울의 모습에 관을 짜는 한 인물이 나오게 됩니다. 20세기를 살았던 "나"는 그곳이 어떤 기억인지 알았지만 19세기를 살았던 후작은 그곳이 어떤 기억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바로 레닌그라드 포위공격이었습니다. 소련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레닌그라드"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으며 항복을 허용하지 않았던 스탈린은 레닌그라드에 함락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결국 이 레닌그라드는 900일이 넘게 포위공격을 당하게 됩니다. 물론 레닌그라드는 함락당하지 않았지만 레닌그라드에 있던 사람들은 엄청나게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기억의 방도 있었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화려한 무도회는 겨울궁전이 기억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 그 자체일 것입니다. 표트르 대제가 건설한 뒤부터 오래도록 러시아 제국의 수도나 다름없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기억들을 담고 있는 곳이니까요.


169624.jpg 무도회

https://youtu.be/pRm9pX5Re8o

겨울 궁전의 무도회 장면, 배경음악은 글린카의 A life for the tsar중 마주르카


영화가 왜 "러시아 방주"라는 제목이 붙었는지 알것같기도 했습니다. 한때 황제들의 겨울 궁전이었으며 이제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된 그곳에는 러시아 역사의 기억들이 남아있는 곳이고 이 기억들은 이전시대와 전혀 달라져버린 러시아에서 마치 방주에 타서 살아남았다는 동식물들처럼 그곳에서 남아있을수 있다는 의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화려한 무도회가 끝나고 훈장을 달고 정복을 입은 남자들과 궁정예복을 차려입었던 여성들이 모두 나오는 장면이었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빠져나오는 모습은 마치 역사의 물결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없는 바다쪽을 보고 그 화면에서 영화는 끝났습니다. 마치 이제까지의 모습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미지의 모습일 것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말입니다.


ending7.jpg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 영화를 보면서 몇몇 장면들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이해가 되었지만, 반면 모르는 사건들이나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나오는 인물들이 다 역사적인 사건과 연결되는 인물인듯했지만 정작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아마도 그 사람들을 다 안다면 19세기 이후 러시아 역사를 대충 다 이해할수 있을듯합니다.



사진출처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3977#169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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