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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Dec 01. 2017

19명의 형제를 모두 죽인 남자

오스만 제국 술탄 계승에 대한 이야기

오스만 제국은 현재의 터키 지방을 중심으로 성립되었던 나라다. 13세기 말, 오스만 1세 Osman I가 비잔티움 제국을 막기 위해 셀주크 제국 Seljuk Empire으로부터 접경 지역의 통치권을 위임받으면서 오스만 제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오스만 1세, 오스만 제국의 첫번째 술탄


오스만 제국에서는 제위를 둘러싸고 형제간의 다툼이 지속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상속 제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의 지위를 상속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 중 가장 강한 인물이 결국 상속을 받게 되는 형태였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권력을 장악하고 물려받는 경우라도 형제들은 반란이나 음모를 통해 호시탐탐 제위를 노렸다. 


그래서 새 술탄들은 즉위하자마자 자신의 경쟁자들을 제거했다. 메흐메드 2세 Mehmed II는 즉위 후 공식적으로 자신의 형제들을 처형하기도 했다. 오스만 제국이 성장할수록 형제간의 제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졌다. 메흐메드 2세의 손자 셀림 1세 Selim I는 아버지인 바예지드 2세 Bayezid II가 황위를 형에게 물려주려 하자 아버지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켜 황위를 빼앗기도 했다. 이후 셀림 1세에게 맞서 황위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이 죽음을 맞이했다. 셀림 1세의 무자비한 행동 덕분에 적어도 그의 아들 술레이만은 왕위 계승을 둘러싼 내분 없이 제위에 올랐다. 


"대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슐레이만 1세


술레이만 1세는 술레이만 대제로 불리기도 하는데, 당시 오스만 제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대 이후 술탄의 하렘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술탄은 정식 부인을 4명까지 둘 수 있었지만 하렘에 노예로 끌려온 여성도 많았다. 술탄의 정식 아내가 아니어도 그녀들의 아들은 술탄의 아들로 인정받았으며,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아버지의 지위를 상속받을 권리를 가졌다. 그런데 술레이만 1세는 자신의 하렘에 있던 여인들 중 1명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이 여인은 이슬람교에서는 휘렘Hurrem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서는 록셀라나Roxelan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술레이만은 사랑에 푹 빠져 그녀가 노예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식으로 결혼하기까지 했다. 하렘의 여성들 대부분은 술탄과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아들들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슐레이만 대제가 사랑한 아내였던 휘렘


메흐메드 2세 이후 형제 살해가 공식화되긴 했지만, 처음에는 이것이 엄격하게 지켜지지는 않았다. 아무리 치열한 경쟁 상대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형제였기 때문이다. 형제를 죽인다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비난받을 만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면서 점점 모두가 엄격하게 경쟁자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스만 제국은 행정 조직이 느슨했기 때문에 지방을 다스리던 총독의 힘이 지나치게 강력했다. 총독들은 중앙의 힘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가차 없이 반란을 일으켰으며 황자들은 이런 세력들과 쉽게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또 황자들이 지방으로 파견되어 그 지방을 다스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러면 그 지방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기 때문에 역시 손쉽게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셀림 1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술레이만 대제의 아들 셀림 2세 Selim II가 사망했을 때, 그에게는 아들 5명이 있었다. 그중 장남 무라드 3세 Murad III가 술탄이 되었다. 그는 술탄이 되자마자 4명의 남동생 모두를 살해했다. 무라드 3세의 아들이었던 메흐메드 3세는 1595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술탄이 된 뒤 19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같은 날 모두 처형했다. 당시 궁전에는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엄청났으며, 어린아이들마저 죽이는 처참한 광경에 모두 경악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될 남동생들 모두를 한날 한시에 처형한 메흐메드 3세


하지만 메흐메드 3세의 아들 아흐메드 1세는 즉위한 뒤 동생을 죽이지 않고 하렘에 있는 자신의 방에 가둬두었다. 죽이는 대신 힘을 얻지 못하게 유폐시키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흐메드 1세가 아직 아들이 미성년일 때 일찍 사망함으로써, 오스만 제국의 계승에 복잡한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성인인 술탄의 동생과 미성년인 술탄의 아들이 함께 살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군대를 중심으로 하는 신하들은 아흐메드 1세의 동생을 술탄 무스타파 1세 Mustafa I로 선택했다. 


무스타파 1세의 즉위는 오스만 제국의 계승 방식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철저히 부자 상속을 유지하던 오스만 제국의 계승에서 처음으로 형제 상속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계승 법은 장자 상속 제도가 아닌 연장자 상속 제도로 바뀌게 되었고, 술탄의 형제들은 비록 ‘금빛 감옥’이라는 뜻의 카페스 Kafes에 유폐되긴 했지만 새 술탄이 즉위한 뒤에도 죽음을 맞지는 않을 수 있었다. 무스타파 1세를 거치면서 근본적으로 변화한 계승 방식은 아흐메드 1세의 손자였던 술탄 이브라힘 Ibrahim 이후 완전히 정착하게 되었으며, 이후 오스만 제국의 궁정에서 형제 살해라는 비극은 사라지게 된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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