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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Dec 08. 2017

러시아를 점령한 4명의 여제들(1)

러시아의 여제들 : 예카테리나 1세와 안나 여제 

표트르 대제 Pyotr I의 개혁 정책을 통해 러시아는 스웨덴을 물리치고 유럽의 강자로 부상했다. 당시 스웨덴 국왕이었던 칼 12세 Karl XII는 매우 뛰어난 군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스웨덴 군대 역시 최강이었는데, 표트르 대제가 이런 스웨덴 군을 꺾음으로써 러시아는 그토록 원하던 발틱해 연안의 항구를 손에 넣게 되었고 세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표트르 1세


그러나 그의 가정사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표트르는 17살에 러시아 귀족 여성과 정략결혼을 하고 아들 알렉세이 Alexei Petrovich를 얻었다. 하지만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자신의 정부였던 여성과 재혼한다. 그녀가 바로 여제가 되는 예카테리나 알렉세예브나다. 

표트르는 아들 알렉세이와 정치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었다. 그는 아들을 항상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심지어 나중에는 아들을 처형하기까지 한다. 두 번째 아내인 예카테리나가 후계자가 될 아들들을 다시 낳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카테리나의 아들들은 모두 오래 살지 못했다. 결국 표트르가 사망할 당시에는 후계자가 될 만한 인물이 없었다. 그나마 10살이었던 손자 표트르 Pyotr Alekseyevich와 황후로 러시아의 공동 통치자로 선포되었던 아내 예카테리나 정도가 있었는데, 표트르가 이룩한 제국을 맡기기에는 두 사람 모두 부족했다. 표트르는 임종 직전까지도 자신의 제국을 물려줄 인물을 결정하지 못했으며 그의 마지막 말은 “Give Everything(이 모든 것을 줄)…”이었다고 전해진다. 

표트르 대제가 죽고 나자, 귀족들은 공동 통치자였던 예카테리나를 지지했다. 예카테리나가 외국인이며 여자였고 후계자가 될 아들도 없었으니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카테리나는 여제로 즉위했지만 실권이 없었으며 정치에 관심도 없었다. 러시아는 핵심 권력을 가진 귀족들에 의해 통치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예카테리나를 표트르에게 소개해주었던 표트르의 친구 멘시코프가 있었다.   


예카테리나 1세, 표트르 대제의 황후, 황후 시절의 모습,

 

예카테리나 1세는 문맹이었으며 간신히 자신의 이름만 서명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남편인 표트르가 만들고자 했던 교육 기관을 완성하는 등의 일을 하긴 했지만, 다른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파티와 호화로운 생활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나머지 모든 것은 권력자인 멘시코프가 해결했다. 1727년 예카테리나 1세가 사망하고 나서는 표트르 알렉세예비치가 황제 표트르 2세로 즉위했지만, 천연두에 걸려 일찍 사망하고 만다. 


표트르 2세의 죽음으로 로마노프 가문의 남성 직계가 단절되었고 러시아는 다시 한번 후계자를 찾아야 했다. 귀족들은 안나 이바노브나를 적당한 인물로 선택했다. 귀족들은 안나에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제위를 제안했고, 그녀는 이를 수락한다. 안나는 이반 5세의 둘째 딸로, 표트르 대제 시절 정치적 이유로 쿠를란트 공작 Herzogtum Kurland과 결혼했지만 식을 치르자마자 과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안나는 러시아로 돌아오지 않았으며 크를란트 공작령에 머물렀다.

러시아 귀족들은 안나가 예카테리나 1세처럼 정치에 별 관심이 없거나, 적어도 자신들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나는 예카테리나 1세와 달랐다. 그녀는 남편인 쿠를란트 공작이 죽은 뒤 쿠를란트 공작령의 통치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온 바 있었다. 그러니 러시아에서 얻은 권력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제위에 오른 안나는 귀족들과 합의했던 모든 사항을 파기하고 절대군주로 군림한다. 자신에 반대한 모든 사람들을 탄압했으며 신하들에게 절대복종을 요구했다. 많은 이들이 시베리아 등으로 유배를 가거나 나라에서 추방당했고 심지어 처형당하기도 했다.   


안나 여제


절대복종에 대한 안나의 집착은 신하들에게 기이한 행동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아마 그중 최고는 얼음 궁전 이야기일 것이다. 안나 여제는 자신의 뜻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던 귀족에게 궁전의 하녀와 결혼하라고 명을 내렸으며,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로 얼음 궁전을 지어주었다. 얼음 궁전의 모든 물건은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모두가 볼 수 있게 투명했다.  

여제는 귀족과 그의 아내에게 첫날밤을 이곳에서 지내라고 명했다. 혹독하게 추운 날이었기에 얼음 침대에서 밤을 지내는 것은 무리였지만, 안나는 얼어 죽지 않으려면 신혼부부가 딱 붙어 지내면 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안나는 이런 식으로 주변의 귀족들을 자신의 어릿광대로 만들었으며 화려한 파티에서 우스운 행동을 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자신은 귀족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귀족들은 단지 어릿광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신하들은 이렇게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안나 여제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얼음 궁전 이야기를 묘사한 역사화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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