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는 죽음을 가장한 황제가 있었다?
알렉산드르 1세는 과연 시베리아의 은둔 성인이 되었는가?
1825년 겨울, 러시아 황실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건강하던 황제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1세 Alexandre I는 병약한 황후의 요양을 위해 황궁을 떠나 있었다. 모두들 황후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 여겼었는데 뜻밖에도 병약한 황후가 아니라 황제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그러나 암암리에 또 다른 소문도 돌았다. 사실 황제가 죽지 않았으며, 황위에서 물러나기 위해 죽음을 가장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황제의 관이 닫힌 채 황궁에 도착하자, 이 소문은 더욱 신빙성을 얻고 퍼져나간다. 오직 가족들만 황제의 시신을 확인했으며 대중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황제의 시신이 너무 급속히 부패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황제의 시신을 본 몇몇 사람들이 생전 모습과 너무 달랐다고 언급하면서 소문을 더 부채질했다.
이런 소문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황제가 이전에 보였던 행동들 때문이었다. 알렉산드르 1세는 나이가 들면서 신비주의에 몰입했는데, 항상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여겼으며 정치에 부담을 느껴 황위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가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이유는 알렉산드르 1세의 할머니와 아버지 간의 마찰이었다. 할머니인 예카테리나 2세 Ekaterina II는 남편인 표트르 3세 Pyotr III를 죽이고 제위에 올랐다. 그리고 아버지인 파벨 1세 Pavel I는 예카테리나 2세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예카테리나 2세는 두 손자들인 알렉산드르 Alexandre와 콘스탄틴 Konstantin을 자신의 손으로 키웠는데, 손자들이 자라면서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아들 파벨보다는 손자 알렉산드르에게 황위를 물려주려고까지 했다.
러시아의 파벨 1세, 어머니 예카테리나 2세와 사이가 나빴던 그는 계승법마저 바꿔서 황위계승에서 여성을 배제하기까지 했습니다.파벨 1세가 즉위한 뒤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파벨 1세는 어머니를 지지했던 귀족 세력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아버지 표트르 3세를 복권시키면서 더욱 갈등이 깊어진다. 예카테리나 2세를 지지했던 이들은 표트르 3세를 죽인 세력들이기도 했으니, 파벨이 이들 모두를 숙청하려 했던 것이다. 파벨이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에게 가한 가혹한 처벌을 보고 파벨의 측근 인물들까지 그에게 등을 돌릴 정도였다. 결국 일부 귀족들이 음모를 꾸며 파벨 1세를 살해하고 말았다.
파벨 1세가 죽은 뒤, 아들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 대공이 러시아의 황제로 즉위했다. 알렉산드르 1세는 아버지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를 죽이려는 음모를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알렉산드르 1세는 이후 나폴레옹을 물리친 유럽의 영웅이 되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꼈다. 그럴수록 자신이 황위에 있다는 사실을 버거워했고, 황위를 누군가에게 주어버리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당장 황위를 물려줄 만한 아들이 없었다. 바로 밑의 동생인 콘스탄틴 대공은 그와 정치적으로 가장 잘 맞는 인물이었지만 황위를 잇는 것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이 돌자마자 황제가 속죄를 위해 지위를 버리고 은거했다는 소문이 동시에 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알렉산드르 1세가 무성한 소문 속에 죽은 지 11년이 지나고, 시베리아에서 한 은자가 나타난다. 그는 표도르 쿠즈미치Fyodor Kuzmich라는 이름의 수도사였다. 소작농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궁정 예법은 물론 여러 외국어를 할 줄 알았다. 또한 황제의 군대가 유럽에 있을 때의 상황을 이상하게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수도사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갈수록 러시아 사람들은 죽었다고 알려진 황제 알렉산드르 1세를 떠올렸다.
표도르 쿠즈미치는 정말 알렉산드르 1세였을까?
시베리아의 은둔 성인 표도로 코즈미치그림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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