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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Jul 10. 2018

나 아내에게 돌아갈래!

가벼운 역사 이야기 :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

유럽의 왕가에서는 많은 이들이 정략결혼을 통해서 부부가 되었다. 이런 정략결혼은 대부분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는데 사실 서로 마음에 없는 두 사람이 사회적 지위와 체면때문에 마지못해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남성 왕족들에게는 비록 "죄악"이긴 했지만 마음에 안드는 아내를 놔두고 자기 마음에 드는 여성과 함께 살수도 있었다. 이것은 종교적으로나 가끔은 도덕적으로 비난 받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있다고 잡혀가거나 죽거나 이혼당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여성 왕족들의 경우는 달랐다. 결국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의 바람기를 참고 그냥 살아야만했다. 특히 높은 지위의 남자와 결혼한 경우, 결혼으로 인한 친정의 이익이 큰 경우,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너무나 중요시할 경우 여성들은 친정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도리어 친부모에게서 시집으로 돌아가라고 압력을 받았다. 


하지만 몇몇 왕족들은 정부와의 행복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아내에게로 돌아가기도 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인물이었다. 나폴레옹과의 관계, 아버지 파벨 1세와의 관계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전설들이 마구마구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전설적인 인물은 20여년동안이나 외면했던 아내에게 갑자기 돌아가서 아내에게 행복한 삶을 안겨주었다.


알렉산드르1세



알렉산드르 1세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그가 아버지 파벨 1세의 죽음에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복잡한 러시아 정치상황때문이었는데 알렉산드르 1세는 할머니 예카테리나 2세와 정치적으로 같은 입장이었으며 아버지 파벨 1세와는 다른 입장이었다. 파벨 1세의 경우 어머니 예카테리나 2세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녀의 정치적 동지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예카테리나 2세가 죽을때 신하들이 파벨 1세를 건너뛰고 손자인 알렉산드르 1세에게 직접적으로 황위를 물려줘야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파벨 1세는 황제로 즉위했고 자신의 반대파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이들을 궁정에서 쫓아내서 시베리아로 유배를 보냈고 파벨 1세는 점차 더 주변 인물들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신하들에 대해서 더욱더 혹독하게 대하게 된다.


파벨 1세



결국 이런 상황은 파벨 1세에게 호의적이었던 귀족들 마저 등을 돌리게 했고, 그에 반대하던 신하들이 힘을 얻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신하들은 황제를 살해하고 그의 아들인 알렉산드르를 황제로 옹립했다. 

이 상황에서 알렉산드르 1세는 아버지의 죽음을 교사한것은 아니었지만 알고도 수수방관했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황제가 되길 바랬었기에 아버지의 죽음을 수수방관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폴레옹을 무찌른 인물로 전 유럽에 명성을 날리게 된다.


나폴레옹을 제압하고 모든것을 다 이룬듯한 알렉산드르 1세는 이제 점차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스스로 관련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점차 더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이것은 그가 신비주의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종교적 열망은 그가 더이상 죄악의 삶을 살지 않기로 결정하게 만들었다.


알렉산드르 1세는 할머니인 예카테리나 2세의 명으로 바덴의 루이제와 결혼을 했다. 러시아 정교회로 개종하면서 엘리자베타 알렉세예브나라는 이름을 받은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알렉산드르 1세와의 관계는 점차 더 의례적 관계로 변했으며 특히 알렉산드르는 아내인 옐리자베타에게 점차 냉담해졌었다. 결국 부부는 각각 서로 다른 정부들을 뒀으며 둘은 정치적 파트너에 가깝게 변했다. 물론 옐리자베타는 남편을 사랑했었다고 하지만 자신에게 애정이 없는 남편과 자신을 싫어하는 시부모들에 힘들어했으며 결국 연인을 만들었었다. 알렉산드르는 마리야 나리신스카야라는 여성을 정부로 삼았으며 18년 이상 함께 했다. 알렉산드르의 가족들은 엘리자베타를 싫어했기에 알렉산드르의 정부에 대해서 호의적이었다고 알려지기까지 했다.


옐리자베타 알렉세예브나 황후



이런 오랜 세월동안 부부는 부부간의 애정은 그저 의례적인 관계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1세가 신비주의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미 저지른 죄악은 어쩔수 없지만 고칠수 있는 부분은 고치기로 했으며 오래도록 외면했던 아내 옐리자베타에게 돌아가게 된다. 옐리자베타는 결혼 20년이 지나서 드디어 원하던 남편의 애정을 얻었는데 이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저는 그의 정부이거나 비밀결혼한것같아요"라고 언급하면서 행복한 삶을 언급했다.



더하기

사람이 갑자기 하지 않던 일을 하면 죽는다는 이야기처럼 아내에게 돌아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알렉산드르 1세는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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