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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A lizard

by 다락방

금요일에는 에릭과 존을 만났다.

잘 지냈냐고 안부를 물으면서 그들이 준비한 와인을 마셨다. 와인을 마시면서 그들은 스테이크도 가져오고 롤도 가져왔다. 치즈랑 비스켓도. 그리고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나는 와인이든 뭐든 내가 계산하겠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전혀 신경쓰지 말라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걸로 된거라고, 페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국 이야기도 나와서, 한국에 오라고 그 때 내가 코리안 바베큐에 소주를 사주겠다고 하자, 너는 우리랑 즐거운 시간만 보내면 되지 페이를 신경쓰지는 말라는거다. ㅋㅋㅋ 아저씨들이 .. 참.. 경제적으로 여유로우신가 ㅋㅋㅋㅋㅋ 에릭과 존 부부가 함께 여행한 얘기도 들었는데 북유럽을 자동차로 여행했다고 하니, 뭔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들이구나 싶기는 했다.


얘기하다가 나는 gecko 를 언급했는데 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 이 단어는 안쓰는 단어인가, 하고 얼른 도마뱀을 검색해서 그들에게 lizard 를 봤다고 말했다. 그들은 아, 안다고 하면서 gecko 맞다고 했다. 내 발음이 안좋았었나.. 하여간 내가 그거 봤다고 했더니, 그거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사이즈가 어느정도였냐고 했다. 나는 내 손가락 만했다고 얘기했는데, 아주 노멀한 경우라는 거다. 나는 그들에게 정말 쇼킹했다고, 그게 어느날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나는 나뭇가지인줄 알고 털어내서 그게 바닥에 떨어졌는데, 갑자기 그게 다리를 가지고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움직였다고, 나는 너무 쇼크였고 서프라이즈 했다고 했다. 그들은 마구 웃으면서, 도마뱀이 네 머리 위로 떨어졌다면 그것은 행운이라는거다. 그래서 내가 정말이냐고 물었더니 존이 정말이라는거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무서워하니 그들이 행운이라고 지어낸 것 같아서,


Is it true?


하고 다시 물었는데, 하아, 존이 바로 답햇다.


Not tru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그러나 그들은 내게 '네가 도마뱀을 봤다면, 그건 그 지역이 아주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염된 곳에서는 볼 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정말 놀랐어! 라고 하니, 너 정말 한국에서 못봤냐고 묻는거다. 응 못봤어! 했더니 아마 한국에도 있을거라고, 그런데 네가 보지 못한걸거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서울에서 살거든.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과 베트남에서도 도마뱀 본 이야기를 했다. 베트남에서도 진짜 자주 본다, 도마뱀.


얘기 도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찾아봐야했는데, 우리가 술 마시고 있던 지역에 대한 거였다. 얼른 그 단어를 찾았는데, 그 단어는 cemetery 였다. 찾아보니 '묘지'란 뜻이었고, 에릭과 존은 예전에 이 지역이 묘지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거주지가 되었다고.


내가 이 지역에 살고 있는걸 알고있는 그들은 얘기하던 중에 나에게 여러차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주 안전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평화롭게 처리해서 네가 걱정할 일은 없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이다. 게다가 예전에 이곳이 묘지였다는 건, 이 지역이 좋은 땅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가족을 묻기 위해서 좋은 땅을 알아보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꾸 두려워하지afraid 말라는거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걱정하지마,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아. 난 단지 도마뱀이 두려울 뿐이야.


라고 해서 또 다같이 빵터져서 웃었다. 하아- 도마뱀 진짜 미치겠네. ㅋㅋ 정말 달리다가 내 머리 위로 뭐가 떨어졌는데 좀 묵직한 느낌이었다. 나뭇가지처럼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는데, 아니 그래도 내가 어떻게 내 머리 위로 도마뱀이 떨어졌나? 이런 생각은 못하게 되잖아? 아무튼 그래서 얼른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서 털어냈고, 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당연히 나뭇가지인줄 알고 보았는데 갑자기 다리를 가지고 다다다닥 움직이는 거다. 하- 개소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무서웠다 진짜. 으.. 달리는게 두려워졌습니다... 싱가폴, 너무 깨끗한거니? 그래서 도마뱀 있는거야?


그 다음날인가에는 항상 달리거나 걷던 곳 말고 반대방향으로 산책 가보자 했는데, 거기 잇는 공원도 일전에 한 번 달려본 적이 있었다. 달리다가, 와 여긴 완전 야생인데, 공원이 아니라 그냥 자연인데.. 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그곳은 한적해서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내가 걷고 있는 인도 오른쪽은 차도였고 왼쪽은 나무랑 풀이 있는, 숲이라 해도 좋을 곳이었다. 별 생각없이 걷다가 문득 거기 풀더미가 무성한 곳을 보았는데 하- 나 진짜 울뻔했네. 엄청난 사이즈의 도마뱀이 움직이고 그 풀숲으로 들어가는거다. 하 씨발 소리지를뻔했어. 그건 손가락 사이즈가 아니었고 종아리 보다 더 큰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그래서 악어인가!!!!!!!!!!!! 했던거다. 저거 악어새끼야? 하고 생각한건데, 악어는 아닐 것 같고.. 졸 큰 도마뱀이었던것 같다. 개무서워서 거기서 바로 돌아서 집으로 갔다. 하- 너무 무서워 ㅠㅠ 그 야생의 숲은 가지 않기로... 그런데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그건 싱가폴 정부에서도 보호하는 종이라고, 사람을 전혀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휴.. 무서워.


아무튼 그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고 나는 이제 갈게, 하고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가는데, 시계를 보니 그들과 세시간 이상을 있었더라. 와- 나 세시간 동안 영어로 수다 떨었어. 미쳤다. 와. ㅋㅋㅋ 이게 무슨 일이냐. 사실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만 하더라도 내가 그들과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 있다가 뭐냐고 재차 반복만 하다 오는건 아닐까 했는데 쉼없이 수다 떨고 웃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와, 나 진짜 짱이네, 하고 집에 와서 맥주를 또 마시고 잤다. 배 터지는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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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엥크리를 만나기로 했다.

하굣길에 우연히 만났다가 나 클락키 좋아해, 거기 해피아워에 맥주 저렴해, 얘기했더니 가보고 싶어해서, 너 나랑 같이 갈래? 햇더니 좋다는거다. 그래서 약속을 잡고 토요일에 클락키를 갔다. 엥크리는 몽골인이고 19세인데, 하우스에 다른 메이트 세 명과 함께 산다고 했다. 그들은 국적도 다르고 성별도 다른데, 특히 좀 지저분한 메이트가 있는가 보았다. 자기는 몽골에 있을 때 한 번도 본 적 없던 바퀴벌레를 룸메의 방에서 보았다고 했다. 자기 너무 놀랐다고. 그래서 이사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12월에는 새로운 집에 가게 될거라면서 그 집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내게도 집을 보여줄 수 있냐고 해서 보여주었다.

지난번에 엥크리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추측해보라 해서 너 19세? 했는데 엥크리가 맞다고 했다. 이번에 내 나이를 묻길래 추측해보라 햇더니 하- 내 나이 정확하게 맞혀서.. 실망했네. ㅋㅋㅋㅋㅋ 서양인들은 내 나이를 짐작도 잘 못하는데 아시아인들은 정말 잘 알아맞힌단 말이지. 앞으로 서양인만 만나고 싶네. ㅋㅋㅋㅋㅋ 아무튼 엥크리 만나서 소주랑 맥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여기는 밤이 더 좋아, 라고 말했다. 컬러풀 라이츠가 아름답거든, 하면서. 그리고 이곳에 처음 와서 앤드류를 만났던 일, 그와 함께 클락키 왔다가 둘다 너무 좋아서 그가 그 날, 'This is my best day' 라고 말햇던 것에 대해 엥크리에게도 말해줬다. 엥크리는 빨리 해가 졌으면 좋겠다고 검색해보더니 아직도 한시간 이상이 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해가졌다. 엥크리는 잔뜩 흥분해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엄마에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잔뜩 사진 찍어주고 또 맥주 마시고 그러더니, 엥크리가 나에게 그랬다.


"Today is my best day."


하하하하. 센스 있는 엥크리다. 그리고 우리는 월요일에 있을 시험 때문에 공부해야되는데 우리 안하고 있네, 일요일은 열심히 공부하자 막 그런 얘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밤이 되어 집에 가자 하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서는데, 식당 남자 직원이 엥크리에게 나를 가리키며 '니네 엄마냐'고 물었다. 하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굴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엥크리가 아니라고, 내 친구라고 말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욕스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엥크리 가족 얘기를 들어보니, 엥크리 엄마와 아빠가 나보다 어리긴 햇지만, 아니 그래도... 니 엄마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식당, 다시는 안온다 증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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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에릭과 존은 싱가폴인이기 때문에 만다린과 영어를 한다. 말레이어도 하더라. bar 직원이 말레이시아에서 왔는데, 그녀와는 말레이어로 대화한거다. 엥크리는 몽골어가 모국어이고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며 나보다 1레벨 높은 등급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어를 좀 할 줄 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보노라니, 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듀오링고로 공부하던 스페인어 어려워져서 레벨15에서 멈춰있는데, 이거.. 다시 좀 열심히 해봐야겠다. 최소한 3개국어는 해야 될것 같아...


하하하하. 그런데 이곳에 머물다보니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술도 마시게 되네. 에릭은 50대 존은 60대 엥크리는 10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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