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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Korean speaker

by 다락방

여기에서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 영어가 늘까 싶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다. 커뮤니티나 문화센터가 있을까 싶어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여러가지 사이트를 소개해주는데, 직접 만나는 '밋업' 이라는 사이트가 있고 언어를 교환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었다. 그것도 좀 많던데 뭐가 좋을까 싶어 일단 언어교환앱 하나에 가입을 했는데, 이게 상대의 위치를 알거나 실시간 온라인 상황을 알려면 유료로 구독을 해야 한다고 했다. 흐음. 그래, 유료 구독? 어디 한 번 해볼까? 1년에 5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는데, 영어를 위해 투자하는 셈치고 결제를 하고 내가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터이며 영어랑 스페인어를 하고 싶다고 체크했는데, 흐음, 내가 먼저 말 걸어야 하나? 이왕이면 싱가폴에 있는 사람이 좋겠는데, 하고 둘러보면서 두어명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하아- 이 세상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이 정말 많았던 겁니다. 내 알림창이 터지기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여남노소 모두 한국어 교환하고 싶다고 말을 걸기 시작한거다. 와... 한국어 사용자라고 등록해서 아마도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정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오 마이 갓.. 나는 이 앱을 설치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나는 이걸 못한다,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해서 이 앱을 지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독취소를 눌렀는데, 당일 결제에 당일 취소니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구독이 취소됐다면서 내년까지 사용가능하다는거다. 그러니까 이미 1년치에 대해서는 비용이 치러진 거다. 하아-


돈 아까워.. 그런데 나 이거 사용 못하겠어. 이 사람들한테 어떻게 다 응답하고, 설사 그 중에 한 명만 골라서 한다고 해도 그게 누가 될지 어떻게 정한담? 아.. 안할래. 그런데 돈이 아까우니 걍 앱은 놔두고 가끔 들여다볼까... 하다가, 다음날 안되겠다 싶어 챗지피티한테 물어봐서 구독 취소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애플 사이트에 접속해서 시키는대로 하고 결과를 기다렸는데 한 이틀 뒤였나, 결제 취소가 됐다고 이메일이 왔다. 휴..


그 뒤에는 안되겠다 싶어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밋업'을 통해 한국어 모임에 참석했다. 싱가폴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만나는 모임인데, 싱가폴에는 이런 커뮤니티가 진짜 많다고 했다. 처음엔 스페인어 모임을 갈까 했는데 스페인어 모임은 참석자가 너무 많은 거다. 흐음, 처음이니까 참석자 두 명인 한국어 모임에 원어민으로 가자 싶었다. 네이티브 스피커가 할 일이 있겠지. 그런데 약속 날짜인 토요일이 다가올수록 두 명이 세 명이 되고 여섯명이 되고 아홉명이 되고... 그리고 한국사람이 너무 많아진거다. 그래서 고민했다. 가, 말어? 한국 사람이 많은데, 내가 가서 뭘하지? 그러나 이미 참석하겠다고 버튼을 눌렀는데, 흐음, 그래 일단 가보자. 가면 뭐가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참석했는데, 거기에 참석한 한 한국남자가 너무 별로였다. 그 남자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다정했지만, 뭐랄까, 내가 있을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랑은 잘 어울리지 않네, 나는 이런거 좀 아닌 것 같아, 한거다.



그렇지만, 전날, 마트의 bar 에 가서 맥주랑 와인 마시면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 순간 내 자리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읭? 여기서 한국어로 남자가? 하고 놀라서 쳐다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릭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2주전인가 술 마시면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 싱가포리언 에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너무 놀라고 반가워서 에릭!! 하고 벌떡 일어섰고, 그는 "아까 친구가 너를 봤다고 하는데 너가 뭔가 열심히 하고 있어서 우리가 말을 못걸었어. 그리고 그는 너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했어" 라고 해서, "내가 조금 이따가 너네한테 인사하러 갈게. 그런데 나 네 이름은 기억나는데 네 친구 이름은 기억이 안나." 했더니 그의 이름은 '존' 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가야지 하고 짐 싸려던 참이어서 일단 가방 다 싸고나서 그들 자리로 갔다. 헬로우 존, 하우 아 유? 하면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그랬더니 그가 "나 아까 너 봤는데 너 뭔가 되게 열심히 하고 있었어. 그래서 말을 못걸었어" 하는거다. 아, 나 숙제하는 중이었어. 했더니 에릭하고 존하고 빵터져서 웃었다. 나 테스트도 봤어, 어땠어? 응 잘 봤어, 축하해, 하고 얘기 나누면서 그런데 내가 집에 갈 거라고 하자, 존이 너 와인 더 안마시고 가려고? 해서 "나 너무 마시고 싶은데 숙제를 해야해" 했다. 사실 그들과 함께 조금 더 마시고 싶기도 했지만, 그 날 오후부터 약간 기운이 다운이 되고 있었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에너지가 좀 나오지가 않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생리전 증후군이었다.) 그랬더니 존이 아, 너 편하게 생각해, 너 가고 싶으면 편하게 가, 우리는 금요일에 대부분 여기 있으니까 다음주에 또 만나면 돼, 아 그런데 다음주는 우리 못오고 그 다음주에는 오니까, 그 때 또 만나자, 하는거다. 그래서 알았다고 인사하고 갔다. 이 잠깐이 너무 즐거웠다. 뭐야, 나 이제 싱가폴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하는 사람도 생겼어? 하면서 웃음이 났달까.


그리고 일요일은 클락키에 가서 책을 읽다가 노래가 좋아서 또 멍하니 듣다가 친구한테 편지를 쓰다가 했다. 난 클락키 졸라 좋아 행복해, 했었는데, 내 옆자리에는 가족이 앉아서 음료를 즐기는 것 같았다. 한참 편지를 쓰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그 가족이 전부 내 자리로 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을 걸었다. 자기 딸이 한국어를 공부하려고 하는데, 너가 한국어로 읽고 한국어로 뭔가 막 쓰는 것 같다, 너한테 물어봐도 되겠냐, 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이 책은 케일럽 에버렛 이 쓴거고 한국어로 번역된 거라고 얘기했다. 니네 어디에서 왔는데? 물었더니 독일에서 왔다고 했다. 나에게 뭔가 묻고 싶었던 아이는 한국에서는 또래와 나이많은 사람에게 말을 다르게 하는 것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안녕하세요'를 예로 들면서,


"네가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라고 하면 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안녕 이라고 해도 돼" 했더니, 그 아이가 되물었다.


"응 그건 알겠는데, 내가 40살이나 60살 만나서 안녕하세요 하는거 알겠는데, 내가 열네살이거든, 그런데 열여섯살을 만나면, 걔는 나보다 두 살 많은건데, 그래도 내가 안녕하세요 해야돼?" 묻는거다.


"응, 일단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해. 그리고 상대가 이제 네가 편해졌다고, 괜찮다고 하면 그 때부터는 안녕이라고 해도 돼. 너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만나도 처음엔 안녕하세요 라고 해. 그게 예의야." 라고 말했다.


그러고나서 그들이 고맙다고 다시 자리로 갔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질문했던 아이만 자리에 혼자 남았다. 아마 다른 가족은 화장실에 간 것 같았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뭔가 또 말을 걸었고 나랑 얘기하다가 왓츠앱 교환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왓츠앱을 설치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의 선견지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이름도 각자 저장하고 막 씐났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모니아' 였다. 모니아가 '어 우리 가족 왔다 나 갈게' 이래서 갔단 말이야? 그랬는데 잠시후 그 아버지랑 가족이 다시 왔다. 자기들 갈거라면서 그 아버지가 내게 악수를 청해서 나도 악수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너를 방해한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해서 내가 노 프라블럼 이라고 했다. 사실 유심히 보지 않아서 나는 그들 구성원이 아빠, 엄마, 모니아 인줄 알았는데, 그 아버지가 얘네 쌍둥이야, 하는거다. 보니까 앗, 옆의 조용한 여자아이가 모니아랑 또래였던거야! 그런데 너무 다른거다. 니네 달라보이는데? 했더니 맞다고, 그런데 쌍둥이라고 하면서 아빠가 "얘네 생일은 8월 8일이야. 그때 같이 태어났어." 이러는거다. 그래서 내가 "너네 생일이 8월 8일이라고?" 했더니 맞다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생일은 8월 9일이야."


했더니, 애들도 놀라서 막 웃고 그 아버지가


"Oh come on~"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겁나 웃기네. 아무튼 그러면서 너는 몇살이냐고, 얘네는 열네살이라고 하면서 내게 열여섯? 열일곱? 이러는 겁니다. 내가 멈칫 했더니, 그 아버지가 막 웃으면서,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돼,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내 나이 말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조용하던 모니아 언니가 "너 되게 영거해보여!"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 너 좋은 사람 이랬다 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모니아랑 왓츠앱 교환했다고 했더니 모니아 아버지가 "그럼 너네 친구야?" 이래가지고 응!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그러면 너 얘 이름 알아?" 그래서 내가 "응 모니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모니아한테 "너도 얘 이름 알어?" 해서 모니아가 내 이름 말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다같이 웃었다. 그리고 모니아에게 "너 내 나이 아는데 나랑 친구해도 돼?" 했더니 자기는 좋다고 그러더니 아빠한테 물어보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아빠한테 "내가 네 딸하고 친구해도 돼?" 그랬더니 아주 좋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아버지도 나보다 어릴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가지고 그 가족 모두와 다같이 악수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헤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재미진 경험이었어.


아무튼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모임 같은거 부러 나가는 거 안하기로 마음 먹었다. 언어교환앱 같은거 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그냥 내 꼴리는대로 살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내 꼴리는대로 사는게 제일 재미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딘가에 나를 밀어넣지 않겠어!!


지난주에도 클락키에 갔다가 벤치에 앉아서 강 보며 멍 때리는데 옆에 누가 앉아가지고 보니까 나이 좀 있어보이는 외국인이었다.


"너 여행객이야?'

"응. 넌 여기 살아?"

"아니 난 한국에서 왔어. 그런데 영어 공부하려고 여기 머물고 있어."

"오 그래 얼마나 머무는데?"

"응 6개월"

"너 지금 얼마 됐는데?"

"한달 됐어."

"그런데 너 영어 좋은데?"

"하하 고마워. 클락키 너무 좋지."

"응 아름다워. 그런데 마리나베이도 아름다워!"

"응 나도 가봤어. 그런데 나는 여기가 더 좋아 better "

"아, 너는 여기를 더 좋아하는구나 prefer" (아, prefer 를 쓰는거구나.)

"응, 네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아 들었는데 까먹었네. 하여간 혼자서 여행하고 있다고 했고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국적은 스위스인이고. 그리고 한동안 서로 강 보고 멍 때리다가 그녀가 먼저 일어섰다. 나는 그녀에게 좋은 여행하라고 말했고 그녀는 내게 네 언어 공부에 행운을 빈다고 했다.


지금은 오늘 테스트 마친 뚜안과 로이드와 왓츠앱으로 톡했다. 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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