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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양이 Aug 26. 2020

멜론차트개편: 1위 만들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아이돌 덕질이 밥 먹여준다


멜론 실시간 차트 폐지, 24Hits 도입


2020년 7월 6일,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이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순위 경쟁을 지양하고 이용자의 선호도와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음악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사재기 의혹과 팬덤 줄세우기 등으로 하락한 공신력을 되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새롭게 개편된 "24Hits"차트가 실시간 차트를 대신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바뀐 차트 아티스트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정리해보았다.




계정당 1시간에 1회 카운트 -> 24시간에 1회 카운트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컴백하면 팬들은 바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팬들이 가진 모든 전자기기는 바쁘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기 때문이다.


개편 전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는 한 곡을 반복 스트리밍하면 1시간당 1회씩 집계됐다. 따라서 팬들은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합쳐서 약 1시간짜리 재생목록(=스트리밍 리스트=스밍리스트=슴리)를 만든 후 무한재생시켰다. 그러면 매시각 실시간 차트(1시 차트, 2시 차트, 3시 차트...)에 스트리밍 리스트의 모든 곡이 1회씩 카운트되어 순위에 반영된다. 특히 머글(누구의 팬도 아닌 대중) 리스너 수가 적은 새벽에는 팬덤 스트리밍 횟수가 월등히 높으므로 아이돌 가수들의 줄세우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개편된 24Hits 차트는 24시간동안 1회 재생만 집계한다. 1시간짜리 스트리밍 리스트를 만들어 돌려봤자 그 중 23시간은 무의미한 스트리밍이 되는 것이다. 하루 중 언제 재생하든 1회만 카운트되므로 새벽 등 틈새시간 총공격도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어떤 아이돌 그룹이든 (한 그룹의 팬덤 크기) < (그외) 이므로 노래가 머글 리스너가 유입되지 않는 이상 스트리밍 점수에서 열세한 상황이 된다.




신곡 1시간 누적치 VS 차트인곡 24시간 누적치



24Hits 차트는 따끈따끈한 신곡에게 불공정한 레이스이다.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24Hits차트는 전날 0시부터 24시까지 지표를 반영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점인데, 그렇지 않다.  24Hits 차트 제목 오른쪽에 조그맣게 시간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 보자.


위 그림의 24Hits의 18시 차트는, 어제 0시~24시동안 반영된 차트가 아니라 어제 18시~오늘 18시동안의 지표가 반영된 차트이다. 8월 21일 13시에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Dynamite는 실제로 24Hits 14시차트에 75위로 진입했는데, 이는 Dynamite의 1시간 누적치가 76위 이하 곡의 24시간 누적치보다 더 높았음을 의미한다. 24Hits 70위권의 하루 누적 스트리밍 수는 약 9만 번이므로, 1시간 사이에 약 9만 명이 멜론에서 Dynamite를 들었다는 의미이며, 이는 멜론 1시간 스트리밍 수 역대 5위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개편 차트는 대중성을 더 많이 반영한다.


대중성에 관한 고찰

누군가 대중성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아이유를 보게 하라. 10살짜리 꼬맹이부터 60대 아버님까지 아는 아이유. 얼굴도 알고, 본명도 알고, 노래도 알고, 출연한 드라마도 안다. 놀랍게도 역대 멜론 24시간 이용자수 1~3위가 모두 아이유이다.


1위. 아이유 - 삐삐: 1,462,625명  

2위. 아이유 - 에잇(Feat&Prod. SUGA): 1,347,822명

3위. 아이유 - Love Poem: 1,303,668명


이는 현 1위곡의 일간 스트리밍 수가 50만대라는 것을 봤을 때, 만약 이 곡들이 지금 발매된다면 몇 시간만에 24Hits 1위를 달성할 것이며 2위와의 격차가 3배 정도 벌어진다는 의미이다.


그 외 대중성 확보에 성공한 "믿고 듣는 가수"는 현재 블랙핑크, 화사, 크러쉬, 헤이즈 등이 생각난다. 방탄소년단은 대중성이라고 딱 집어 말하기보다는, 팬덤 크기가 막대해져 팬덤 자체가 대중성이 된 케이스라고 하겠다.


다른 경우는 TV나 유튜브, 틱톡 등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케이스이다. 싹쓰리 및 블루처럼 TV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거나, 지코처럼 타 플랫폼에서 챌린지 및 meme을 성공적으로 유행시킨다면 머글(대중)들의 무서운 지지를 받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정도로 파급력 있는 드라마의 OST도 여전히 강세일 것이다. 




대중들이 신곡을 찾아 듣는 방법


머글 리스너의 입장에서, 가수의 신곡 발매 소식을 처음 접하는 곳은 멜론차트 상위권이다. 멜론 어플을 켜서 보이는 차트 1~5위 곡을 듣는 것이다. .따라서, 개편 전 멜론 실시간 차트는 아이돌 신곡 홍보의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즉, "차트인 자체가 홍보수단"이었다. 실시간 차트 당시 일반인 대중이 아이돌 신곡에 유입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았다.

신곡 발매 → 팬덤 스트리밍(스밍총공) → 실시간 차트 5위권 진입 → 머글 차트클릭유입 → 순위 유지


하지만 실시간 5위권 진입이 사실상 불가해진 24Hits에서는(동방신기가 5인으로 컴백한다고 해도 안 될듯...), 대중들이 신곡이 나온 것을 자발적으로 검색해서 차트를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즉 아래와 같이 변화되었다.

신곡 발매 → TV 등 미디어를 통한 홍보 → 대중들의 자발적 검색 → 24Hits 하위권부터 점차적 상승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X을 싸도... 라는 말이 생각나지만, 아티스트의 대중성은 물론 노래 자체에도 대중성이 있어야 점차적 상승이 가능하다. 계속 올라가서 5위권에 안착하면 그때부터 알박기(=차트 장기 집권)가 가능하다. 엄청난 신곡이 나와도 순위가 천천히 올라가듯이,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는 일도 별로 없다. 전체적인 차트 변화 속도가 둔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수록곡 줄세우기 방지 (+ 사재기 의심곡)


멜론 차트 개편의 본 목적을 떠올렸을 때, 대중들이 듣기 편한 차트가 된 것은 맞다. 우선 최근의 대중들은 수록곡을 거의 안 듣는다. 요새 가수들이 정규앨범 내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이다. 2010년 이후 대중들이 수록곡까지 꼭꼭 챙겨들은 대중성 갑 띵반은, 빅뱅 3집 MADE(싱글 4개로 나눠 활동한 덕이 크다)랑 버스커버스커 1집 정도가 생각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 전 실시간 차트에는 인기 아이돌의 수록곡 줄세우기가 가능했다. 팬덤 스트리밍 리스트에 수록곡까지 포함되어서, 타이틀 곡과 함께 매시간 재생되기 때문이다.


(줄이 예쁘게 세워졌길래 이 이미지를 사용했다)


팬덤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짜릿할 수 없는 차트이다. 하지만 해당 가수에 관심이 1도 없는 대중(머글)이 원하는 차트는 아닐 것이다. 대중의 취향에 맞게 개편된 24Hits 차트에서는 수록곡은 물론이고 타이틀곡 차트인도 어려운 상황이므로, 수록곡까지 다운총공과 선물총공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줄세우기는 불가능하다. 단, 인기 아이돌의 경우 하위권 차트인까지는 가능하다.


여담으로, 1~2년 전부터 생소한 가수들의 발라드 곡이 멜론 차트를 점령함에 있어 사재기 논란 또한 불거졌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다양하게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일단 아껴두겠다. 하지만 다행이도 사재기 의심 곡들은(말하기 조심스럽네...) 개편 이전(7/6) 이미 차트에 알박은 곡이 아니라면 24Hits에 등장하기 어렵다. 어쩌다 차트인을 하더라도 상위권까지는 절대 못 갈 것이다. 회사에 돈이 많아서 기존의 24배로 멜론 계정을 만들지 않는 이상 말이다.





정리하자면,


개편된 24Hits 차트는 대중성 지표에 더 가까워졌다.

차트에 반영되는 스트리밍 수가 1시간마다 1회에서 24시간마다 1회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중PICK보다 팬덤 화력이 강한 그룹에게는 차트 개편이 악재이다.

수록곡 줄세우기와 사재기 방지에는 개편 차트의 효과가 있다.




*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했지만 개인 의견이 포함된 글입니다. 타 의견이 있으시다면 부드럽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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