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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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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내리는창가 Aug 18. 2023

두 대륙의 경계

떠나볼까요, 아이슬란드? - 여행 2일 차

둘째 날 우리의 일정은 골든서클 투어이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 한 사람 빠짐없이 꼭 들르는 곳이 골든서클이다. 싱벨리르와 게이시르 등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들이 이곳에 모두 포진해 있고 무엇보다 나를 아이슬란드까지 이끌어 준 굴포스가 포함되어 있다. 내 오랜 꿈이 드디어 이뤄지는 것이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니 날은 흐리지만 일단 비는 멎어 있었다. 안개와 구름이 걷히니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시야가 넓어져 기분이 상쾌해졌다. 첫 번째 목적지인 싱벨리르로 가려면 레이캬비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레이캬비크가 만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여서 북쪽으로 가면 만 건너편의 산세를 바라보며 운전을 하게 되는데 산의 웅장한 자태가 보는 이를 압도해 출발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아이슬란드 산은 퇴적층이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의 산이 굉장히 많다. 측면에서 보면 위로 폭이 좁아지는 평형사변형 모양 위에 직사각형 모양이 쌓이고 그 위에 또 평형사변형 모양, 그 위에 또 직사각형 모양이 쌓이며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그런데 꼭대기는 뾰족한 봉우리가 아니라 그냥 평평한 고원이다. 이 고원이 그냥 몇십 몇백 미터가 아니라 옆에서 봐서 족히 수 km는 되어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산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산의 모습이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워 운전하는 내내 산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정작 가까이에 있는 농장의 모습은 별생각 없이 지나쳐 갔다. 초원이 펼쳐진 목가적 풍경이었는데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속해나가며 이런 농장의 모습이 흔하진 않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가는 길에 중간중간에 작은 호수들이 많은데 어떤 곳에는 백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어서 잠시 백조를 감상할 기회도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계속해다 운전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호수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바로 싱발라반 호수이다.

호수가 나타나자마자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는 일단 지나치고 우리가 찾아갈 곳은 싱벨리르 국립공원 지역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면 나무데크가 설치된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 나무데크 아래쪽으로는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 판이 갈라지는 협곡이 있어 신비한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두 대륙이 이곳에서 갈라지는 것이다. 아니, 맞닿아 있다고 해야 하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싱발라반 호수의 풍경은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을 쓰기에 딱 안성맞춤인 시원한 장관이었다. 바로 눈앞의 협곡과 그 뒤로 점점이 떠 있는 호수 위의 섬, 또 그 뒤로 드넓게 펼쳐진 호수, 또 그 뒤로 병풍처럼 감싸 안은 산, 그 산과 맞닿은 낮은 하늘은 다시 돌아 내 머리 위에 펼쳐졌다. 이런 멋진 풍경을 가진 것 외에도 싱벨리르는 천년 전 아이슬란드 최초의 의회인 알싱기가 개최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망대에서 왼편으로는 협곡을 따라 알싱기가 개최된 장소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 오른쪽 길로 빠지면 알싱기가 개최된 곳으로 가게 되는데 그전에 빠지는 길이 몇 개가 더 있다. 우리는 성급하게 첫 번째 길에서 바로 빠져 협곡 위쪽의 너럭바위 쪽으로 가보았는데, 이곳에서는 호수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나 있었고 그 길은 싱벨리르 교회와 총리 여름별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길로 내려가서 호수에 닿으니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작은 강이 있었고 그 물을 바로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나 깨끗한 물을 태어나서 본 적이 있었던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라 자랑할 만했다. 강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싱벨리르 교회까지 가니 스페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단체 관광을 오셔서 한참을 시끌벅적이다 가셨다. 수다스러웠지만 시끄럽다기보다는 정겹게 느껴지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 특유의 푸근함 때문일 것이다.

길을 돌아 나와서 협곡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알싱기가 개최되었던 절벽이 보였다. 대부분은 협곡 쪽에서 내려와서 그곳에서 호수 풍경을 바라보고는 가는데, 우리는 반대로 아래쪽에서 절벽을 먼저 바라보고 절벽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보게 되었다. 알싱기가 개최된 장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는 이 방법이 더 좋은 듯했다.

알싱기가 개최된 절벽 아래쪽에도 나무 계단과 데크를 넓게 설치하여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거기 앉아 쉬고 있으니 어제 온천을 같이 했던 캐나다 아주머니 세분이 걸어오시는 게 보였다. 우리 앞을 지나갈 것 같아서 인사하려고 했는데 어디서 빠져나가셨는지 다시 만나 뵙지 못했다. 인사를 했더라면 이것도 인연이라며 저녁에 식사약속이라도 잡았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알싱기를 나와서 다시 되돌아 오려다 입구 반대편으로 조금 더 가니 작은 폭포가 하나 있었는데 안내표지판을 보니 예전에 사형집행을 하던 곳이라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그렇게 사용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