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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r 31. 2023

사랑은 현실적으로 헌신하게 만든다

에세이

사랑이 깊어질수록 오래될수록 사랑에 대해 깨닫는 건 사랑은 낭만적인 포장지에 담긴 현실적 판타지란 것이다. 모순된 단어로 표현하면 있어 보여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설명하기에 저 문장이 딱 적당해 보인다. 사랑은 낭만으로만 밀어붙이기엔 현실의 중력이 너무 끈끈해서 언젠가 두 사람이 멈춰버릴 테고 그렇다고 사랑을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것으로만 보기엔 사랑의 솜사탕 같은 달콤함이 너무 순식간에 날아가버리고 말 테다. 나는 사랑에게 바라길 그 속에 든 내용물이 현실적이어서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어렵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묵묵히 해낼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말하고 싶다. 매우 종교적이고 상투적인 어투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많은 것을 지나쳐 배운 바 사랑을 지켜내려면, 관계를 지켜내려면 그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만약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이 너무나 좋다면 그래서 이 사람과 앞으로도 매일같이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면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수 십에서 수 백으로 늘어난다. 내가 이 사람과 관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현실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지켜낼 때 견고하게 맡들 수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게 사랑이 만들어 내는 기적이다. 내가 미루고 싶고 느슨해지고 싶을 때 사랑은 나를 부둥켜 앉고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제 자리에 세워준다. 사랑은 나를 현실적으로 헌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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