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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24. 2022

일 호 선

별난 어둠이 내려앉은 창가에 앉아서

잠식되어 가는 찰나의 가로등들을 보니

애지간히 가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염병할 소리가 쏟아지거나 노쇠해서 생긴 잦은 기침 소리라던가

이제는 도저히 술병을 못 이기겠다는 신음소리라던가

다들 애매한 소리만 낼뿐이다.

이 기차 안에는 다들 하나같이 플랫된 소리만 되뇔 뿐이다.


이런, 나는 노쇠한 어르신을 보고 얼른 일어선다.

그는 눈치챌 겨를도 없이 자리를 훔치고

아무도 듣지 못할 독백을 남긴다.


‘아이, 차다, 차.’


노인이 어린아이의 사탕을 훔치는 게 용인되는 시대라서 아무도 눈치 줄 사람이 없다.

사실 이 차 안에 나를 포함해 모두가 노인이 아닌 사람이 없다.


창밖으로 번쩍이는 불꽃이 떠밀려간다.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도 귀와 코로는 알아먹을 종착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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