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은 하체가 좌우한다

결혼이란 장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by 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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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내가 모두 좋아하는 드라마 <미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그전에 긴 시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낼 체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결혼 생활을 잘 해내고 싶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아내와 나는 팔다리는 길고 가늘지만 코어 근육은 부족한, 전형적인 현대인의 체형이다. 그래서 둘 다 허리와 골반이 좋지 않다. 나는 군 시절 박격포를 다루다 생긴 허리 디스크가 고질병이 되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연애 초, 우리는 둘 다 꾸준히 운동하며 소위 '갓생'을 사는 커플이었다. 나름 체력도 근력도 있었다. 그러나 결혼을 기점으로 이직, 생활 환경 변화 등의 문제로 둘 다 운동을 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1년 내내 골골거리며 여기저기 아파했다.


나는 오래 앉아 있는 탓에 허리가 망가졌고, 아내는 두통과 소화불량을 호소했다. 나는 앉아서 글을 쓰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아내는 일주일 중 하루라도 안 아픈 날이 없었다. 그렇게 아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인내심도 바닥나고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다.


결혼 후 다툼이 잦아진 것은 현실적인 문제, 선택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체력이 떨어진 이유도 컸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예전처럼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아픈 허리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가벼운 무게부터 천천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다시 시작했고, 아내는 출근 전 새벽에 운동을 하고 소화불량을 해결하기 위해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그래서 다툼이 줄었을까?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았으니까. 결혼은 장기전이고, 우리는 이제 막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픈 몸에 휘둘려 감정적으로 다투는 일은 확실히 줄었다.


결국, 건강한 결혼 생활은 튼튼한 두 다리로 버티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고, 함께 걷고, 때로는 져주기도 하려면 하체 힘은 필수다. 그러니 오늘도 스쿼트 한 세트 더, 런지 한 걸음 더 내딛으며 사랑을 위한 근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로맨틱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에게 기대도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하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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