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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Apr 06. 2023

가학적 미학

산문

자동차가 달려와서 강하게 부딪힌다. 버텨낼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신체가 달려 나가며 분해되고 재조립된다. 멈출 수 없는 흥분과 쾌락, 아픔과 고통이 서로 동시에 대치되며 서로가 되었다가 떨어져 나가고 다시 반복. 정신 역시 사지와 함께 조각나서 분해되고 재조립된다. 무엇이든 해체할 수 있고 무엇이든 대치할 수 있는 권위와 상상력이 있는 곳인 예술가들의 아우토반에는 끊임없이 최고속력의 자동차들이 서로를 향해 내달리고 부딪힌다. 때마다 정신과 육체는 산산조각 났다가 다시 하나가 되길 반복한다. 별들의 탄생, 바퀴벌레의 분화, 물방울의 휘날림. 순수한 예술적 정욕이 예술적 선(善)을 무너뜨렸고 동시에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다. 섹스, 포르노, 가학, 외설 그 이상도 가능한 이곳에서 예술은 최대의 권력을 가진다. 예술적 추돌사고. 주어진 것 이상으로 바라는 자들의 이상적 사고실험.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수록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날수록 그 힘은 강해진다. 비범하게 얘기하지만 비롯된 것은 최소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 속도로 내달리는 차량에 느끼는 쾌감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파괴적이고 충돌적이어서 끌린다. 이것은 원시적 집단적 신비체험에 가깝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느끼지만 누구나 본능적으로 회피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그 호기심의 이불을 들춰내고 귀신을 마주한다. 기이한 신비체험에 기꺼이 자신의 정신을 내던진다. 가학적이고 가학적이며 또 가학적이다. 신이 내린 지상명령 자체가 가학적 명제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모든 것들이 그렇게 크게 놀랍지도 않다. 태초에 주어진 나르시시즘. 그에 따라 우리는 가학적 미학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당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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