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시험장에선 매번 작은 드라마가 있다.
학창시절의 시험 당일 풍경을 떠올려보자. 그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가? 시험 대형으로 앞뒤 좌우 책상을 띄운 다음 고립된 마음으로 자신의 책상에 앉아 문제지를 읽고 문제를 풀고 답은 OMR답안지에 체크했을 것이다. 과거 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던 자격증 필기시험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방식은 PBT(Paper Based Test)라고 한다. 하지만 기능사 등급은 2017년부터, 기사, 산업기사 등급은 2022년부터 CBT(Computer Based Test)시험으로 바뀌었다. 시험지를 받고 OMR답안지에 체크하는 것이 아닌 컴퓨터로 문제를 풀고 결과도 다 풀면 바로 알 수 있다. 사실 필기시험은 어떤 방식이든, 시험장에서 특별한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업형 실기의 경우 시험장마다 환경이 달라서 다양한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학교에서 전기기능사 실기시험장이 개설되어 내가 시설관리위원으로 참여한 어느 날, 연세가 있어보이는 수험생 한명이 상당히 잘하셔서 제한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완성하고 대기실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동작검사결과 램프가 하나 점등되지 않아 오동작. 수험생은 ‘이럴 리 없다.’며 점등되지 않은 램프의 컨트롤박스 뚜껑을 열어보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열어본 결과 램프에 선이 연결되지 않았었다. 본인은 억울하다면서 이것만 연결하게 해달라는 둥 넘어가 주면 안되겠냐는 둥 심지어 이 자격증이 없으면 자신의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호소하였지만 미완성을 어떻게 완성이라고 하겠는가? 아쉽게도 그 수험생은 미완성으로 인한 실격처리가 되었다. 정말 전기기능사기 필요한 사람이었을수도 있으나 실격은 실격이었다.
설비보전기능사 작업형 실기시험을 응시했던 날, 해당 종목의 작업형 실기시험은 공압, 유압, 용접 세가지 였는데 그날 수험생 총 8명 중 4명씩 나눠 공유압, 용접 두팀으로 시험이 실시되었다. 나는 공유압을 먼저 치렀고, 과제를 마친 뒤 용접실로 이동했더니 그 곳엔 수험생이 아무도 없었다. 글세 용접을 먼저 치른 4명 모두 실격 처리되어 귀가했다고 한다. 나중에 듣기론 나랑 같이 공유압을 먼저했던 3명의 수험생들은 공유압에서 모두 시간초과 및 기권으로 실격당했다더라. 난 그날 유일한 생존자였다.
통신기기기능사 실기시험을 응시했던 날, 본 종목은 실기가 납땜으로 회로기판을 만들어 동작시키는 과제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납땜 실력을 발휘해 제한시간 3시간 30분 중 두시간 만에 완성하여 동작을 시켜보았지만 동작이 되지 않더라. 그래서 부품 및 측정장비를 모두 확인해서 불량여부를 확인하고 회로를 잘못 만들었는지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틀린게 없지만 동작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렇게 원인은 찾지 못한채 시간만 흘러 종료되기 20분전, 고친 것은 없지만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시 동작을 시켜본 결과 갑자기 정상동작이 되어 무사히 제출하고 나올 수 있었다. 그 날 결과적으로는 동작이 되어 최종합격 하였지만 뭐가 문제였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으로 남았다.
모 공업고등학교에 3학년 필기면제자 검정 감독위원으로 가게 된 어느 날, 십수년전 내가 필기면제자 검정을 봤지만 이젠 감독위원의 입장에서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또 새로운 기분이더라. 감독위원 입장에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순 없었지만 속으로 다들 꼭 붙길 바란다고 열심히 응원했었다. 다행히도 그 날 응시한 학생 전원이 과제를 완벽히 동작시켜 합격했고,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이처럼 작업형 실기시험은 실기시험을 응시하기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야 하니 시험장별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고 특징도 다르다. 그래서 시험을 치러, 혹은 감독위원을 하러 다니다 보면 다양한 일이 벌어지더라. 그 모든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추억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