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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사보다 기능사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실전에서 더 빛나는 건 ‘현장형’이다.

by 조슬기

국가기술자격의 등급을 놓고 볼 때 기사 등급이 기능사 등급보다 높고 더 유용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1급과 3급을 비교했을 때 1급이 더 높은 수준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조건 기사, 산업기사 등급이 기능사 등급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것일까?


학교는 3월부터 학기가 시작돼서 1년의 학년도는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를 말하며 1,2월은 신학기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다. 연말이 지나고 신학기가 다가오면 학교에는 이동하는 선생님들이 생긴다. 우리 학교에서 떠나는 선생님도 있고 새로 오시는 선생님도 생긴다.


내가 소속된 전기전자과는 매년 초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포함하여 다음 학년도에 누가 무슨 과목을 맡을지 정한다. 이때 새로 오신 선생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하나다. 바로 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 정확히는 실기를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새로 오신 선생님과 과목을 정하기 위한 면담을 하다 보면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가는 일은 흔하다.


부장 : 선생님, 대학 졸업하고 오셨는데, 혹시 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계시거나 실기를 할 줄 아십니까?

신규 : 기사는 있지만 기능사는 없습니다.

부장 : 그럼 실기를 해 본 적은 있으십니까?

신규 : 실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기사 자격증이 있는데 왜 실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일까? 국가기술자격 실기시험의 유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작업형 : 실제로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과제를 수행함.

필답형 : 주관식 필기

복합형 : 작업형 + 필답형 모두 실시


위의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실기시험으로 실시하지만, 기사 등급의 경우 대부분의 종목이 필답형 실기를 실시하며 일부 종목이 작업형이나 복합형을 실시한다. 반면 기능사 등급의 경우 대부분의 종목이 작업형 실기를 실시하며 일부 종목에서만 필답형과 복합형을 실시한다. 즉, 기사 등급과 기능사 등급은 그 목적이 다르다. 기사 등급은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설계ㆍ시공ㆍ분석 등의 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기능사 등급은 제작ㆍ제조ㆍ조작ㆍ운전ㆍ보수ㆍ정비ㆍ채취ㆍ검사 ㆍ작업관리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목적이 전혀 다르다.

대학생 때 많은 이들이 기사 등급 자격증에 도전하여 취득하고, 이후 특성화고 교사로서 학교 현장에 오게 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능력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근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한 선생님들의 경우 기사 등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도 전동드릴조차 처음 사용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사용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등급으로서는 기사 등급이 기능사 등급보다 높지만, 각 등급별로 요구하는 내용과 목적이 다르고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기능사 등급이 오히려 기사 등급보다 선호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내가 여러 가지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실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납땜, 전기공사, OrCAD, AutoCAD, 공유압, 지게차 운전 등 정말 다양한 실기를 접해보았고,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난 저거 만들 수 있는데 당신도 만들 수 있습니까?”

“나는 만들어 봤는데, 당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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