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실용성이 없어도, 있어서 손해볼 건 없다.
어느날, 집 정리를 하다가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들을 한자리에 꺼내놓았다. 쌓아둔 자격증이 제법 두툼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자랑해도 되겠는데?’하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쓸 데가 있을까?”
지금까지 그냥 실컷 해놓고 왜 갑자기 쓸데를 찾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족이라면 아무 문제 없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꾸 물어오는데 내 주관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았고 결론을 내렸다.
“어디 쓰일지 모르겠다.”
웃기지 않은가? 교사가 학생 대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하는데 모르겠다고 결론을 내다니.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정확히는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내 솔직한 결론이다.
수업시간에 학생 한명이 질문했었다.
“선생님, 전기기능사 따면 뭐 할 수 있어요?”
“집에 전등 스위치나 콘센트 정도는 새걸로 바꿀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답했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에이, 선생님. 그건 자격증 없어도 할 수 있는거잖아요?”
그러네. 자격증 없어도 누구나 자기 집 콘센트 정도는 새걸로 교체할 수 있겠지. 물론 누구나 할 수 있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처음 시도하려면 막막한게 현실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해서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검색해서 나온다고 자기가 직접 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없어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콘센트 교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이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자격증이 없는 사람보다는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될 것이다. 결론은 자격증이란 것은 그 분야에 처음 뭔가를 시작하려 할 때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쓸 데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나 보다. 학생들은 어쩌면 ‘전기기능사 따면 한 달에 천만 원 벌 수 있어.’ 같은 대답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교사로서 무책임한 답을 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지만 판단을 학생들 본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자격증 따서 쓸 데가 있는지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
“근데, 있어서 손해보는 일은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