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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자격증을 교육에 녹여내기까지

자격증은 커리큘럼이 될 수 있다.

by 조슬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면 전기기능사 딸 수 있다.”


전기실습 시간이다.


“한 학기 잘 해서 전자캐드기능사 따자.”


캐드실습 시간이다.

“지게차 이거 학원 가서 배우면 수강료가 얼만 줄 아냐? 열심히 하자.”


지게차 방과 후 수업 시간이다.


특성화고의 실습수업은 신기하게도 국가기술자격증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교육과정대로 학생들이 잘 따라오기만 해도 졸업 전까지 자격증을 3~4개는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


일반고에서 실적이라 하면 보통 진학률을 따지겠지만, 특성화고에서는 진학률뿐만 아니라 취업률, 자격증 취득률 등 다양한 지표를 함께 본다. 특히 취업률과 자격즉 취득률은 마치 모의고사 결과와 수능 성적처럼 거의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전국에는 다양한 특성화 고등학교가 존재하고, 각 학교 홈페이지의 ‘학과 소개’란을 보면 빠짐없이 취득 가능한 자격증 목록이 적혀있다. 이는 대학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공과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취득할 수 있는 기사 등급 자격증이 열 손가락으로는 모자랄 만큼 많다. 하지만 정작 대학교 재학생들은 안다. 그 많은 자격증을 대학 교육과정만으로 다 취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교육과정에 자격증 커리큘럼을 녹여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성화고는 가능하다.


내가 소속된 학과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자격증만 봐도 전기기능사, 전자기기기능사, 승강기기능사, 전자캐드기능사, 3D프린터운용기능사, 공유압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총 7개다. 놀랍게도 이 모든 종목의 실습 환경이 갖춰져 있고, 지도를 맡은 담당 교사도 모두 존재한다.


요즘은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직업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자격증 실기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그런 학원들 수강료가 결코 만만치 않다. 원서비, 학원 수강비, 교통비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자격증 하나당 백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 모든 걸 학교 안에서, 수업시간에, 수강료 없이, 단지 원서비만으로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다. 이건 분명히 큰 장점이다. 학교의 실습실이 실제 시험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실전처럼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매일 같이 실습이 하기 싫다고 한탄한다. 졸업하고 난 뒤, 뒤늦게 자격증의 중요성을 느껴 비싼 수강료를 내며 학원을 다니는 졸업생들이 종종 있다. 그제야 뒤늦게 과거 자신이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그래서 나는 매년, 한 명이라도 후회하는 졸업생이 줄기를 바라며 오늘도 반복해서 말한다.


“원서 접수 기간이다. 무조건 접수해. 이번에 자격증 따자.”

“진짜 하기 싫어? 그럼 딱 한 번만 해보자.”

“그 한번이 네 인생에서 아주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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