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란, 모르는 문제 앞에서 펜을 드는 것
”실격입니다.“
나는 지게차운전기능사 실기시험을 두 번 만에 합격하였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후진 중 노란선을 밟아 실격되었다. 자격증 시험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면 전진도 없다. 끈질기게 달라붙다 결국 길이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 한다. 과거 지게차 실기시험장에서 만났던 한 수험생의 이야기다.
첫 시험은 산업인력공단 부산본부 시험장이었다. 신분확인을 마치고 비번호를 받아 대기하던 중, 한 수험생이 유난히 집중해서 다른 수험생의 시험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기 중 타인이 시험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그 사람은 정말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수험생의 차례가 왔다. 전진코스에서 선을 밟아 실격되었고, 그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계속 시험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 역시 실격되어 귀가하던 중, 궁금해서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자세히 보고 계세요?“
”운전면허는 있지만 지게차는 유튜브로만 배워서요. 실제로 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남들 타는 걸 보며 배우는 중입니다.“
”연습할 여건이 안되시나 봅니다?“
”네, 사정상 학원은 갈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그냥 시험을 계속 보면서 익히려구요.“
그 대화를 끝으로 헤어졌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약 10개월 후, 나는 다시 실기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을 찾았다. 놀랍게도 그 수험생과 또 마주쳤다.
”여기서 다시 뵙네요?“
”네, 그러네요. 10개월 만인가요?“
”그쯤 되겠네요. 그동안 시험 안 보셨나 봐요?“
”아뇨, 저는 매달 시험을 계속 봤어요. 아직 합격은 못했지만요.“
”매달 시험 치러 오셨다고요?“
”네, 그렇게라도 해야 하니까요. 하다 보니 이제는 꽤 오래 버팁니다.“
그날 내가 받은 비번호는 바로 그 수험생의 바로 다음 번호였다. 그분은 아슬아슬하게 코스를 완주하며 합격했고, 나 역시 그 기운을 받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
지금은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그 사람의 ‘용기’만큼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게차를 한 번도 타본 적 없지만 시험장에 가서 부딪혀보는 용기.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끈기.
그것이 결국 그를 합격으로 이끌었다.
그날 배운 교훈은 지금도 잊지 않고 학생들에게 말해준다.
”몰라도 해봐. 시험 보러 가봐.“
”가 보면 뭐가 달라질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