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앞에 결국 길은 열린다.
중학생 때 나는 공부를 못했다.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성적은 말 그대로 바닥이었다. 앞에서 셀 수 없었고, 뒤에서 세어야 했다. 중학생 시절의 나는 교실에 있어도 없는 듯한 존재였다. 성적도 나쁘고, 딱히 눈에 띄지도 않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그런 아이였다.
학생이 공부를 안하니 선생님들께 도움을 요청할 일도, 받을 일도 없었고 아는 것이 없으니 질문할 것도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시간만 지나 졸업이 다가왔다. 공부와 담쌓은 채 아무런 목적도 없이 성적에 밀려 특성화고에 진학하였고,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하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자격증을 취득하고 성적도 올랐더니 나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딱히 내가 바뀐 점은 없었다. 성격이 바뀐 것도 아니고 여전히 나는 나였다. 바뀐 것은 공부하는 습관이었다. 그저 공부했고 결과가 잘 나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의 존재는 바뀌었다.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하나만으로 선생님들께 질문할 것이 많아졌다. 질문이 생기니 자연스레 선생님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열심히 하겠다는 학생을 뿌리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하루 아침에 수십명이 되었다.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자 질문이 생겼고, 질문은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내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한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결국 선생님이 됐네?“
중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한다.
”네가 선생님이 됐어? 완전히 바뀌었네?“
공부하는 습관을 가진 것 하나만으로 나의 인생은 바뀌었고 이제는 재미로 시작한 공부가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다. 물론 미친 듯이 공부하는 사람들을 따라가진 못한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즐기는 만큼 왠만한 사람들보다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하게 된다.
이런 내가 교실에 들어가면 중학생 때의 나와 같은 학생들을 만난다. 오늘도 ‘하기 싫어요.’를 입에 달고 사는 녀석들이다. 이것들을 어떻게 또 구슬려서 공부시킬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어떡할 것인가? 그것이 내 일인데. 오늘도 잔소리를 한다.
”공부 좀 해라. 이것들아.“
”나 좋으라고 너네한테 공부하라고 하는 줄 아냐?“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