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도 다음에 붙을 이유가 생긴다.
요즘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시험보면 불합격할 수도 있지. 한번 해보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이렇다.
”돈 아까워요.“
”떨어지면 쪽팔려요.“
”실패하면 시간만 날리잖아요.“
이유는 단순하지만 저렇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마치 실패하면 목숨이라도 잃는 오징어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 역시 합격이란 이름 아래 가려진 불합격의 결과물이 얼마나 많은지 양손으로 세어도 모자란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아무리 해도 우리 학생들은 실패의 여지를 갖지 않기 위해 피한다.
실패에 관한 지인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해보려 한다.
내 지인 A는 나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 교사다. 그 사람도 나처럼 전기전자 전공이라 실습 능력이 필요하여 나에게 전기실습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몇 주에 걸쳐 전기기능사 실기에 필요한 내용은 다 전달했다고 생각한 어느날, A선생님은 실습을 배웠으니 자신도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시작한 A선생님의 도전은 순탄치 않았고, 연이은 낙방을 경험하게 된다. 매번 다른 이유로 실격되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실격된 이유는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았다.
-선을 하나만 넣어야 하는 단자에 선을 두 개 넣어서
-부품을 거꾸로 배치해서
-케이블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도면 해석을 잘못해서
결과적으로 A선생님은 다섯 번 만에 전기기능사를 최종합격하였다. 그야말로 인간승리였다. 누군가는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가 저만큼 떨어진 것이 말이 되냐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A선생님은 자신이 불합격한 경험으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안되는지 세부적으로 다 가르쳐 주신다. 자신이 틀려봤으니 틀리지 않는 요령을 터득하신 것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누구나 실패를 통해 배운다. 기던 아기는 어느 순간 서게 되지만 똑바로 서지 못한다. 수십번 넘어지지만 결국 일어서게 되고 나중엔 걸을 수 있고 뛸 수도 있게 된다. 만약 아기가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서는 것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지금도 땅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실패를 통해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배움을 찾아 더 나은 다음 시도로 연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실패는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혹시 지금 실패가 두렵다면 그건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자.
그 경험이 다음엔 반드시 합격으로 이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