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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Apr 19. 2019

당신은 슬펐던 거군요, 일하기가 너무 싫어서

[김 과장은 왜 그럴까⓶]


취재 현장에서 바라 본 김 과장의 얼굴은 항상 '울상'이었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점심을 먹을 때도, 술자리를 함께할 때도.


뭔가에 쫒기는 것 같으면서도, 불행한 듯싶으면서도, 우울한 것 같으며서도. 항상 슬퍼보였던 당신의 두 눈.



"제가 협회에 취업한 이유요?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직원 100명이 채 되지 않는 협회에 다니는 김 과장은 입사한 지 5년 정도가 됐다.


우수한 인재들만 간다는 S대학을 졸업한 그는 졸업 후 뭔지 모를 '고시'를 준비하다 어영부영 시간을 흘려보냈다. 나이는 먹었고 갈 곳을 찾았지만 일은 하기 싫었다.


부모가 부동산을 물려줘 일 안하는 '금수저'로 살기엔 태생부터가 글러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하기 싫었다.


그가 다니는 협회는 그가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한가했다. 하지만 수장이 바뀌고 여러 가지 일이 터지며 갑작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사진=pixabay]



단지 한가하게 일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의 소박한 꿈은 한 순간 무너졌다.



부모에게 부동산을 물려받아 놀고먹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을 꼭 돈 벌려고 하나? 자기 성취! 성장! 열정도 없이 놀고먹으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꼴이란. 쯧쯧쯧.'


죄송합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김 과장님은 뭐 하고 싶으세요?"


"부동산요"
"네? 부동산 중계업소요?"


"아뇨, 부동산 사서 그걸로 돈 벌고 일 안하면서 놀고먹는 게 꿈이에요."




아! 슬픈 눈을 가진 당신. 가슴 속에 원대한 꿈을 품고 있었군요.



김 과장은 오늘 퇴근하고 부동산 경매 설명회를 들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미 부동산 상승장에 투자했던 아파트 값이 두 배로 치솟았다고도 했다. 꿈에 한 발작 더 다가간 그다.


그래요, 깡통전세가 앞으로도 더 쏟아진다는데 지금이 절호의 찬스죠!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울상이 돼 회사로 돌아가는 김 과장의 뒷모습을 본다.


힘내요, 김 과장, 꿈은 이루어집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놀고먹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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