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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겨버킷 Nov 12. 2024

흰머리는피할수 없어.


거울 앞에 서서 흰머리를 찾느라 고개를 숙인다. 

“아, 까만 머리는 빠지면 안 되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또 한 번 뽑아낸다. 

손끝에서 희끗한 머리카락을 굴리며 한숨이 나온다. 

거울 속 나를 마주할 때마다, 젊음을 서서히 앗아가는 예상치 못한 침입자처럼 느껴진다.

“나도 이제 늙어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스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진다. 

철들고 싶지 않다는 나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흰머리 하나를 뽑으면 어느새 두 개, 세 개로 늘어나고, 그 수만큼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진다.

물론 흰머리도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거울 속 나의 변화가 더는 반갑지 않다. 

젊을 땐 늘 자신감 넘쳤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나도 나이를 피할 수 없구나’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무력해지는 기분이 든다.

흰머리를 당당하게 스타일링할지 고민도 해 본다. 

백발의 짧은 커트 머리로 세련되게, 마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 미란다처럼. 

나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받아들이는 세련된 백발의 여유로움 속에서 나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 듦이 두렵지 않도록, 오히려 그 과정을 즐기는 법을 배우고 실행하는 중이다.

흰머리는 두려움의 상징이 아닌, 나의 멋과 개성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생각을 바꿨더니, 나이 들수록 자신감 있고 성숙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유독 크게 온적이 있다. 

20대 때는 생각만 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지금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늘어났다. 

숫자가 늘어난 만큼 경험과 지혜도 쌓였지만, 속도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삶의 방향을 더 신중하게 고민한다. 

신중하게 고민하니, 실수가 조금은 줄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여전히 두렵지만, 그 과정을 통해 멋지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은 많아져서 불안함이 줄었다.

나이 드는 과정을 즐기고 그 속에 재미를 찾았다.

나이가 들수록 남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살려고 한다. 

반찬 하나, 과일 하나를 사더라도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꼭 챙긴다. 

집안에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 

매일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하루를 스치듯 흘려보내지 않고 작은 일들에 의미를 부여해보았다.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나의 하루를 기록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 슬펐던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했다. 

일상 속에서 나를 찾는 것은 삶을 더욱 고급스럽고 품격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외면뿐 아니라 내면도 아름답게 가꾸게 되었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은 단순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다. 

10대의 꿈 많던 소녀, 열정 넘쳤던 20대, 좌충우돌하며 엄마가 된 30대, 그 모든 시간의 흔적이며, 나의 경험과 감정이 새겨진 기록이다.

이제는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다. 

깊어지고, 넓어지고, 풍부해진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는 흰머리가 싫지 않다. 

애써 피하고 싶지않다. 

나만의 멋과 개성을 찾아서 다채롭게 즐기며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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