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를 둥글게, 인생을 부드럽게
나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고, 내 의견을 숨기지 않고 말하는 게 옳다고 믿었다.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뾰족한 내 성격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결혼 후 남편과의 갈등은 대부분 나의 뾰족한 성격에서 시작되었다. 늘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그 논리는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것이기에 싸움은 더 크게 일어났었다. 서로의 감정이 상했고,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초반에는 악을 쓰며 싸웠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남편과 함께 살 부비며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깨달았다. 꼭 모든 일에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모난 돌이 다듬어 지는 중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랬다.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설명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이성보다는 감정으로 통하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이해, 그리고 긴 기다림이었다. 육아를 하며 성격이 변했다. 아이들이 울 때, 떼를 쓸 때, 예전 같으면 즉각 반응하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겠지만, 이제는 그저 기다려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논리가 아닌, 사랑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가 내 안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점점 사람을 대할 때도 예전처럼 즉각 반응하며 날 세우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천천히 지켜볼 여유가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삶을 조금 유연하게 바라보는 힘이생겼다.
나이 듦이란,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가는 과정이다. 각기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내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모든 갈등을 직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갈등이 생겼을 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더 이상 모든 일에 정답을 찾으려는 집착이 없어진 것이다.
예전에는 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부드움은 결코 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내면의 힘을 더 키워주고, 삶을 더 여유롭게 해준다. 여유가 무엇인지 배워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아이들에게 대하는 태도 역시 바뀌게 되었다. 덕분에 삶의 온도가 한층 따뜻해졌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으니, 인생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있다.
나이 들어가며 삶을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 든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곧 내 그릇이 커져가는 과정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갖게 되면서, 내면은 조화롭게 변한다. 인생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
나이 드는 것은 성장이자, 삶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 과정이 우리를 더 성숙하고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세상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맞서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모서리를 깎아내고, 둥글게 다듬어진 인생은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함에서 비롯된 힘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며 배웠다. 그 힘은 바로 나에게는 우아하게 나이들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