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모유수유가 그렇게 어려운 건 줄 몰랐어

by 집사가 되고싶다

우리는 갓 엄마아빠가 됐다. 이제 22일차. 공식적으로 엄마가 된 후 3일째부터 아내는 유축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물론 엄마나 아빠 편하자고 그 전쟁을 선포한 건 아니었다.


신생아에게 초유를 공급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우고, 소화를 돕고 엄마와의 유대감을 키우기 위함 등등의 초긍정적인 목적으로 모유수유를 하게 된다. 심지어 육아관련 서적이나 산부인과에 비치된 간행물 등에서는 모유수유를 하지 않으면 뭔가 아이에게 죄를 짓는 듯한 뉘앙스의 문구를 적어가며 모유수유를 독려하고 있었다. 모유나 분유냐 이건 전적으로 부모들의 선택이지만, 아이를 아끼는 엄마라면 누구라도 모유수유를 시도할 것이다.


어쨌든,

아내는 출산 3일째아침부터 유축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내가 옆에서 지켜 본 바로는 아침 7시반부터 유축을 시작해서 3-4시간 간격으로 끊임없이 유축을 해야했다.


나를 비롯한 모든 남편들은 유축의 고통과 피로를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유축이란, 모유를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슴에서 모유를 짜내어 보관해두는 것이고, 직수는 아이에게 젖을 물려 아이가 빠는 힘으로 가슴에 뭉쳐있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다.)


유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3시간 간격으로 계속됐다.




엄마 젖? 당연히 나오는 거 아니야?


솔직히 나는 모유 수유라는 게 그저 당연히 누구나 쉽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임신을 하면 호르몬 변화가 생기고, 가슴이 커지면서 모유를 만들어 낼 준비를 한다. 출산을 하면 가슴이 "I am finally ready!" 신호를 보내고, 그 때 아기에게 엄마 젖을 물리면 쪽쪽 하는 족족 따듯하고 맛 좋은 모유가 나올 꺼라고 생각했다.


이 얼마나 부족하고 바보같은 생각이었단 말인가..


나는 그래도 내 나름 최선을 다해 여자라는 아내와 아내라는 여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하고 행동해보려 노력하는 남자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모유수유에 대해서는 단 1도 몰랐다.


가슴에 뭉친 모유가 엄마에게 보내는 예고없는 고통을. 저장된 모유 유축할 때의 고통을. 모유를 유축하기 위해 하루 3-4시간구부정한 자세로 유축기에 의존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직접 옆에서 보기 전 까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유축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내가 0.1도 도움줄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주변을 서성이며 기웃기웃거리다가 한방울이라도 삐끔 흘러 나오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젖몸살과 가슴마사지


조리원 3일차, 출산 8일차가 되자 아내는 제법 유축에 탄력을 받았다. 유축이 힘들다고, 모유수유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며 눈물 흘리던 아내의 모습 대신,


"아까보다 많이 나왔어!"

"오늘 기록 세웠어!"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아내 얼굴을 보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모유수유가 이렇게 쉽게 지속됐을 것 같으면 지금 이 글을 적고 있지도 않았을 터. 모유이 늘자 아내가 느끼는 피로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내 몸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어 낸 영양분의 응집체가 계속 빠져나가는데, 그 양이 점점 늘어날수록 나에게 득이 되는 게 있을까.


처음으로 40ml 유축에 성공한 아내. 그리고 말끔하게 완유!


유축량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가슴에 많은 모유들이 저장되고 있다는 뜻.

늘어난 모유들이 아내의 유선을 압박하면서 평상시에도 가슴 통증이 심해졌다. 스치기만해도 소르라치듯 아파했고,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가슴 속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이 계속 된다고 했다.


하아...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뜨거운 가슴, (열정 뭐 그따위 것이 아니라 정말 온도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내가 의학적으로 전혀 문외한인지라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 가슴에 모인 모유를 적정온도로 보관하기 위해 온몸의 열을 가슴으로 집중시키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고통들이 합쳐지면서 '젖몸살' 이라는 게 찾아왔다.


조리원에서 매일 가슴관리를 받았지만, 순간이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다음 날 가슴케어 시간까지 계속되는 고통의 연속.


젖몸살로 고생하는 아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로 산후 가슴마사지를 배워봤다. 물론 아무 지식도 없는 상태로 검증되지 않은 영상을 보고 무턱대고 따라한 건 아니다. 다행히 예전에 취득했던 마사지 자격증과 산후 가슴관리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다. 어느 산후 가슴관리전문가 분께서 올린 영상을 보며 나름의 방법으로 마사지 방법을 습득했다.


하지만, 산후 가슴관리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원활한 유축을 위한 유도 마사지 목적이 크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조리원에서 해주는 가슴케어처럼 효과가 일시적이고, 받고 나면 뭉쳐있던 유선이 풀리는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이라 젖몸살 통증을 말끔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유축한 모유를 신생아실에 제출하고 돌아오면 새로운 젖병이 쨔잔 하며 기다리고 있다.


임신 시도 시기에는 임신만 되면 세상 행복할 것 같았고, 임산부 시절에는 아기만 나오면 아내의 고통이 조금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엄마로서 짊어지고 가야 할 아내의 고통은 이제 시작인가보다.


도대체 임신과 출산, 육아는 왜이리 불공평한지.








[아내에게]

아이에겐 모유수유가 중요하지만, 그건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당신이 힘들고 괴로워서 지쳐버리면 나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당신을 대체할 수가 없어요.

우리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해요.




늘 고마워요.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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