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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사가 되고싶다 Jan 09. 2019

당신의 고양이는 안녕하십니까?

소중함을 잊지 않기.


8년전,

충무로 인근의 한 펫샵에서 유독 저희 부부를 향해 끊임없이 울어대던 꼬물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당시 보리는, 집사가 될 준비가 1도 되지 않았던 우리 발 뒤꿈치에 채여 가면서도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주먹만했던 아깽이였는데.. 어느덧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저희 부부와 함께 하고 있네요.


8년.


보리는 특이하게도 영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두 집사가 모두 영국에 체류할 일이 생겨서 보리도 잔뜩 겁먹은 채 비행기를 타야했죠.


영국 생활에 익숙해진 보리의 냥라이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어요.



해가 지는 순간까지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따듯하게 낮잠을 즐기고


다리 개수 착시효과다옹


이게 내 팔이냐 다리냐옹?


세상 근심걱정 없는 모습으로 여유로운 그루밍을 보여주기도 했죠.


현진영고진영고



아. 보리는요.

집 안에서 한껏 낮잠을 즐기다가 왠지 냥심심 답답할 땐 창문틈 사이로 나가서 바깥 구경을 하고 들어오기도 했어요.


집사야 나 나가라고 열어둔거지?



하루는 하늘이 너무 새파랗고 투명하길래,

앞마당에서 신선한 잔디를 뜯어먹는 보리를 들어 올려 하늘을 보여줬더니 집사와 함께 한참동안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건 서울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하늘이다옹..



영국에서의 자유로운 냥라이프를 즐기던 이보리.


보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전형적인 indoor cat이 되었죠.


가끔 밖에 모시고 나가기도 하지만, 영국에서 보리와 함께 하늘을 보고 교감했던 그 때 그 감정과는 어딘가 부족하게 차이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8살이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활동성과 식욕을 보며, 과거 똥꼬발랄했던 보리의 모습을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어요.


한국에 오니 왠지 더 못생겨졌.... (귀 하나는 어디 있냐옹)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든 보리가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닐까..

슬슬 시니어 사료로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 저런 걱정.

걱정이 끊이질 않는 집사는 점점 걱정인형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여러분의 고양이는 어떤가요?



여러분의 고양이는 안녕하신가요?


오늘은 주인님께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궁디팡팡해드리고, 츄르와 캣닢도 듬뿍 조공해드리면 어떨까요?


보리.

많이 안뛰고 조금 덜 먹고, 새벽에 마구마구 울어도 상관 없으니까, 그저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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