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함을 잊지 않기.
8년전,
충무로 인근의 한 펫샵에서 유독 저희 부부를 향해 끊임없이 울어대던 꼬물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당시 보리는, 집사가 될 준비가 1도 되지 않았던 우리 발 뒤꿈치에 채여 가면서도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주먹만했던 아깽이였는데.. 어느덧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저희 부부와 함께 하고 있네요.
보리는 특이하게도 영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두 집사가 모두 영국에 체류할 일이 생겨서 보리도 잔뜩 겁먹은 채 비행기를 타야했죠.
영국 생활에 익숙해진 보리의 냥라이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어요.
해가 지는 순간까지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서 따듯하게 낮잠을 즐기고
세상 근심걱정 없는 모습으로 여유로운 그루밍을 보여주기도 했죠.
아. 보리는요.
집 안에서 한껏 낮잠을 즐기다가 왠지 냥심심 답답할 땐 창문틈 사이로 나가서 바깥 구경을 하고 들어오기도 했어요.
하루는 하늘이 너무 새파랗고 투명하길래,
앞마당에서 신선한 잔디를 뜯어먹는 보리를 들어 올려 하늘을 보여줬더니 집사와 함께 한참동안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자유로운 냥라이프를 즐기던 이보리.
보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전형적인 indoor cat이 되었죠.
가끔 밖에 모시고 나가기도 하지만, 영국에서 보리와 함께 하늘을 보고 교감했던 그 때 그 감정과는 어딘가 부족하게 차이가 있더라구요. 게다가 8살이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줄어든 활동성과 식욕을 보며, 과거 똥꼬발랄했던 보리의 모습을 추억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어요.
드르렁 코를 골며 잠든 보리가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닐까..
슬슬 시니어 사료로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 저런 걱정.
걱정이 끊이질 않는 집사는 점점 걱정인형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여러분의 고양이는 어떤가요?
여러분의 고양이는 안녕하신가요?
오늘은 주인님께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궁디팡팡해드리고, 츄르와 캣닢도 듬뿍 조공해드리면 어떨까요?
보리.
많이 안뛰고 조금 덜 먹고, 새벽에 마구마구 울어도 상관 없으니까, 그저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