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상아 Mar 30. 2024

12. 말문이 막히다.

3주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

* 10화, 11화의 내용을 수정하였으니 다시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지난 화를 쓰고 3주가 넘었다. 꾸준히 쓰기로 결심한 글이고 한번도 연재 요일을 어긴 적 없지만 지난 3주동안 글에 대한 고민이 생겨 한 글자도 쓸 수 없었다. 언니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문턱에 걸린 것이다.


내 어릴 적 이야기에서 언니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애틋한 자매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밖으로 꺼내기 어려울 만큼 잔인하다. 나에게 트라우마 같은 언니와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가며 치유를 하고 싶었는데 많은 독자들이 오고가는 플랫폼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 마치 발가벗겨진 채로 명동에 서있는 악몽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다.


원래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한 어릴 적 기억들이었다. 맞고 욕먹고 조롱 당하고. 흔히 형제 지간에 벌어지는 다툼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10대 동안 내가 겪은 건 종아리에 매맞은 자국, 찢어진 머리, 혈관을 찢는 쌍욕과 모멸스러운 비하 그리고 강박적 생각과 풀리지 않은 응어리였으니까.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언니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엄마를 가슴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자세히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여기서, 모르는 이들에게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빈 페이지를 펴놓고 깨달았다. 지금 말하기엔 심장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회고를 빙자한 고자질로 언니의 행동을 나무라고 싶지 않다. 지금의 언니는 그때의 자신을 매우 원망하고 있으며 후회와 함께 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20대에 들어서며 달라진 언니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기에 상처 받은 채로 버려진 10대의 나를 꺼내어 상처 주기에 급급했던 10대의 언니를 혼내기 싫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언니를 마냥 욕하고 싶지만은 않다.


그래서 언니 챕터는 건너 뛰려고 한다. 이 이야기들은 아마 내가 아닌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녹여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한동안 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며 다시 끝맺음을 향해 달려가려고 한다.


이전 11화 11. 엄마를 행복하게 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