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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상아 Apr 04. 2024

14. 마음의 댐이 무너지다.

나혼자서 배드엔딩

그러니까 어린 나는, 언니에게 매맞고 욕 먹고 꾸중을 듣고 나서 작은 방 안에 누워 그 모든 것을 몇 배로 돌려줬다. 그러면 나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정말 언니가 나에게 사과했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상으로 정말 언니가 반성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내 뇌 안의 가시를 쑥쑥 자라게 만들기만 했다. 그리고 그 가시가 아프게 하는 건 당연히 나였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버릇하면 그 시간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것처럼, 식후 디저트를 챙기다보면 밥 먹고 계속 케이크가 당기는 것처럼 나쁜 생각을 하는 것도 반복하다보면 습관이 되었다. 기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그리고 강렬하게 떠올렸던 생각들은 물방울에서 물줄기로, 물줄기에서 물길로, 물길에서 강으로 흐르도록 만들었다. 그 강을 틀어막는 노력은 일시적일 뿐 물이 마르지 않는 이상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내가 성인이 된 후 아빠의 힘이 빠지고 엄마가 단단해지고 언니가 친절해지며 가족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해피 엔딩을 맞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의 불행은 이제 시작이었다. 나는 화를 올바르게 다루는 방법과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뇌는 부정적인 사고를 우선했고 불안의 신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돌보지 않는 외면과 무심함으로 댐을 세워 강을 틀어막았을 때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안심했다. 하지만 그건 임시방편이었다는 걸 다 크고 나서야 모두가 괜찮아지고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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