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터닝 포인트
그런 고통과 아픔을 겪고도 멀쩡히 잘 살 거란 것은 오산이었다. 오만이었다. 사람은 정말 연약한 존재였고 정신과 몸은 생각보다 훨씬 긴밀히 연결되어있었다. 우울하면 우울한 감정보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게 더 힘들었다. 잠이 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잠을 자기 시작하면 끝없이 잤다. 불안하면 마음이 애타는 것 뿐만 아니라 심장 박동이 멋대로 빨라졌다. 그리고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몸이 아프니 비로소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마음은 자가 치유 능력이 없었다. 내가 스스로 돌보고 먹이고 재우고 토닥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한 발 늦은 감이 있지만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어린 날의 나를 달래며 성인이 된 지금 나아지려고 움직이고 공부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나에게 더 큰 동력이 필요했다. 하염없이 떨어지던 그래프를 우상향으로 만들 터닝 포인트가 간절했다.
그리고 나는 그 무렵에 졸업 작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 작품이 나에게 준 힘은 상황을 바꾸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