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 1시였나?
늦은 밤은 마법과도 같아서 낮에는 멀쩡하던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는 용기가 생긴다.
통장잔고 0원.
돌아온 집에서 마주한 속 시끄러운 사정들.
대학원 생활을 앞두고 긴장한, 서른을 넘은 나.
시끄러운 속을 달래려 속마음을 쏟아붓곤 하던 브런치에 오늘도 글을 써볼까 하고 들어왔다.
그런데 재작년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조금의 기대를 갖고 보냈던 작가 신청이 까였던 건 왜 하필 그때 떠올랐을까.
까이고 나서, ‘그래! 너희는 방금 멋진 작가의 탄생을 놓쳤다. 요즘은 드라이브도 구입해서 써야 하는 마당에 내가 너희를 내 일기장으로 써주겠다.'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내 일기장 대용으로 쓰고 있었더랬다.
장마라 그런지 방은 좀 꿉꿉했고,
내 기분도 좀 꿀꿀했고,
술은커녕 멀쩡한 정신에 갑자기 '에라, 모르겠다.'하고 호기롭게 신청한 브런치 작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다고 했던가?
예쁜 말, 좋은 말, 열심히 골라가며 성실하게 써야 할 작가 신청란에 나는 이렇게 썼다.
대학 졸업 후 외국에서 새롭게 생활을 시작한 글쥐입니다. 잔잔한 듯 파도치는 내 인생. 나의 인생이야기.
그다음 장, 작가님의 글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은 딱 한 줄. 더 장관이다.
그래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다.
오늘 우연히 글 쓰려고 들어온 브런치의 메뉴가 뭔가 바뀌었음을 인지하기 전까진.
'왜 통계가 있지?'
별생각 없이 글쓰기 창을 클릭한 순간,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