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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Sep 03. 2022

에세이가 왜 좋아요?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하루에도 수백 권의 새로운 책이 출간된다.
소설, 과학, 인문학, 재테크, 자기계발서...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 많은 카테고리 중에서도 나는 특히 에세이를 좋아한다.  


지금은 에세이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정말 많아졌지만, 예전엔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


"에세이가 왜 좋아요?"


산문이 많지 않던 시절에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답을 내본다.  


정신없이 바쁜 사이에도, 반복되는 일상을 생각 없이 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할 때도
틈새를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질문들, 상념들, 하찮은 궁금증들.
그때그때 입 밖에 말하기엔 빈도수가 잦고, 매우 사소한 것들이다.
또 미처 완성되지 못한 잡념을, 우습지 않은 말이 되도록 발화하기엔 가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쯤 스치듯 지나가는 조각들. 종종 단골처럼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
그런 비슷한 생각을 언어나 문장으로 시원하게 정리된 결과물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 기쁜 결과물을 대화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지만 문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에세이는 그렇게 나에게 왔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
내 안에선 아직 정돈되지 않은 너저분한 상태로 방치된 것들을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만나는 일은 신기하면서 반갑다.

확실한 즐거움을 준다. 소확행이다.

글을 쓴 작가에게 질투도 느끼지만 감탄하는 데 시간을 더 소비한다.
그럴 때마다 작가를 한번 더 쳐다보고 기억하게 된다.  


'와! 멋지다. 이런 표현을 하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이라니... 부럽다'


나라면 마침표 여럿으로 표현했을 문장을 마침표 1개로 깔끔하고 경제적이게 쓴 글은
작가의 선천적인 재능일까 노력으로 얻어진 걸까 궁금해진다.
그런 소확행을 자주 느낄수록 최애 작가의 반열에 올려둔다.  



일상은 누구에게나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동질과 이질이 같이 공존한다.
내가 접하지 않은 동떨어진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책 읽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 그 즐거움을 나는 에세이에서 더 자주, 많이 느낀다.  


에세이를 좋아하고 즐겨 읽는 이유는 '공감과 동감'이다.
친구가 많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나는 내가 잘못해서 친구가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  그럴 땐 내향적인 사람을 위한 책이나, 소심한 사람들이 쓴 에세이를 찾는다. 그들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내가 가진 불안은 문제라기보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된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상기된다. '다른' 사람인 거지 '틀린'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은 힘이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 쏟는 에너지를 다시 내 안으로 끌어모아 나를 다독이고 쓰다듬는 시간을 갖는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삶을 살 것 같은 작가의 생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좋아 보이는 타인의 일상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안온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과의 부대낌이 힘에 부칠 때,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예고 없이 마주할 때,

모두가 인싸고 나 혼자 아싸라고 느낄 때,

더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자존감을 추슬러야 할 순간이다.

에세이를 주기적으로 밥 먹듯이 찾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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