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배터리
오프라인 마라톤 대회를 나가고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3/2일 일요일, 3/3일 월요일, 3/4일 화요일 꼬박 사흘을 뛰지 못했다.
증상은 내내 비슷했다. 머리가 지근지근 울리면서 은근한 두통이 없어지지 않는다.
대체로 참을만했는데, 많이 힘들면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었다. 약 기운이 퍼지면 또 말짱해져서 기분이 좋았다가 다시 두통이 오면 시들어 흐물 해진 시금치처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었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텃세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 이제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줘!
<2025. 3월 5일, 수요일> (76일 차)
- 운동시간 35:36
- 운동거리 5.42km
- 소모칼로리 305kcal
두통이 없어지니 살 거 같다. 오랜만에 집 밖을 나온다. 몸을 풀고 슬슬 달린다. 날이 따뜻하지만 혹시나 싶어 보온에 신경 써서 입었다.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되긴 싫다. 3킬로? 5킬로? 얼마나 뛸까. 뛰면서 몸의 컨디션에 따라 조절해야겠다. 며칠 쉬었으니 마음은 길게 달리고 싶지만 몸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다. 평소 달리던 5킬로 루트로 달린다. 2.5킬로 지점. 반환점을 돌 때부터 기운이 빠진다. 이게 당이 떨어진 느낌인가.
초등학생 때 아침에 뭐 때문인지 짜증을 부려 엄마한테 된통 혼나고 아침밥도 못 먹고 등교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경험인데 갑자기 떠오른다. 몸이 과거의 기억을 소환. 오전반이라 점심도 안 먹고 하교를 하는데 몸에 힘이 빠져 한 걸음도 뗄 수 없었다. 전날 저녁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 처음 보는 누군가 부축해 줘서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그때 느낌과 비슷하다. 빨리 집에 가서 에너지를 채워줘야겠다.
그다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5킬로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70여 일간의 꾸준한 러닝이 헛되지 않아 기쁘다. 이번 감기도 예전 같았으면 호되게 걸렸을걸 가볍게 넘어간 걸 지도 모르겠다. 그간의 운동이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해 줬으리라. 감기에 잘 안 걸리는데 한번 걸리면 된통 고생하는 경향이 있다.
<2025. 3월 6일, 목요일> (77일 차)
- 운동시간 39:49
- 운동거리 6.03km
- 소모칼로리 308kcal
3킬로를 넘게 달리니 에너지가 딸린다. 영양이 부족한가. 뛰러 가기 전에 이것저것 많이 챙겨 먹었다. 아침을 안 먹은 지 반년이 넘었는데, 오늘은 아침도 챙겨 먹었다. 기운이 딸리는것 같아서. 몸무게가 2킬로가 빠진 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러닝을 못하는 사흘동안 외출도 안 하고 오히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인풋대비 아웃풋이 제로에 가까웠는데 무게가 빠졌다. 나 많이 아팠나? 많이 힘들진 않았는데 이상하네.
오늘 러닝도 뒤로 갈수록 처지고 힘에 부쳤다. 6킬로 가까스로 채움. 충전 효율이 떨어진 거 같다. 예전엔 푹 자고 잘 챙겨 먹으면 쌩쌩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똑같이 해줬는데도 예전의 내 몸이 아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오래되면 완충을 해줘도 하루를 못 버티듯이, 오늘 내 몸의 배터리가 그 상태다. 휴대폰은 배터리를 새 거로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하지... 나는? :(
5개월 만에 인바디를 쟀다. 두근두근.
러닝을 시작하고 조금씩 몸무게가 줄면서 체지방율이 경도비만에서 표준으로 돌아왔다. (-6kg)
홀쭉해진 배가 옷을 입어도 마음에 들고 움직일 때 몸이 가벼운 것도 좋았다.
눈바디로도 확실히 효과가 보였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살 빠진 거 같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근육량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5개월 전보단 수치가 높아졌다.
표준이하 ---- 표준 ---- 표준 이상
무엇보다 항목 몇 개가 표준 이상으로 막대바가 오른쪽으로 치우쳤었는데, 모두 표준안에 안착했다.
골격근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표준 상태, 야호!!
그렇지만 몸무게는 더 이상 빠지면 안 될 거 같다. 탄수화물, 달달한 거 가리지 않고 먹어야겠다.
'경제적 자유'도 중요하지만, 건강염려증 혹은 질병으로부터 '신체적 자유'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