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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이 가져다준 변화

웃음기 사라질 거야

by J제이

15킬로를 달려보고 나니 러닝에 대해 마음에 변화가 왔다.


그간 러닝에 대한 마음이 마냥 들뜨고 설레기만 했다면 그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의 긴장과 두근거림이 갑자기 일상으로 훅 들어온 느낌이랄까. 신기할 것도 없고 숨을 쉬듯 밥을 먹듯 내 몸이 된 듯하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데 갑자기 깨달음이 온 것 같다. 계단을 오르는 데 한 계단의 허들이 꽤 높다. 그 중요한 허들을 하나 넘은 거 같다. 웃음기 빼고 진지하게 임하게 된다. 한 분야에 뭔가를 깊게 파면 더 겸손해지고 세상에 고수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면서 깨닫게 되는 지점이 온다. 그런 비슷한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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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걷다가도 러너를 보면 유심히 보게 된다. 임산부 일 때는 임부만 보이고 뭐 그런 법이다. 꿈에서도 러닝을 한다. 꿈에서는 힘들지 않고 긴 거리를 가뿐하게 달린다. 뿌듯한 성취감도 마음껏 누린다. 주변에 달리기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열기도 한다.


러닝을 하면서 크게 바뀐 게 하나 있다.

대체로 화가 나지 않고 감정기복이 심했던 게 사라진 점이다. 남편과 즐거운 티키타카를 주고받다가도 갑자기 남편의 한 단어 혹은 한 마디가 가슴에 콕 박혀서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고 화를 내곤 했었다. 혼자서 울컥하고 서운해서 눈물이 나고 그랬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나이 들면 여성호르몬이 덜 나와서 그렇다고 한다. 호르몬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도 먹어보지만 심리적인 만족만 주고 그다지 나아지는 거 같진 않았다. 그랬던 증상이 달리기 하고 러닝에 빠져 지내면서 깔끔하게 없어졌다. 러닝 외에 자잘한 것들은 아웃오브 안중이 되어있다.

달리고 난 뒤 자존감이 높아져 있을 때는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서

'그럴 수 있지'

'아~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간다.



<2025. 2월 21일, 금요일> (67일 차)

- 날씨 1도

- 걷기 42:06

- 어제 15킬로를 뛰어서 오늘은 러닝 휴식날, 점심 먹고 걷기



<2025. 2월 22일, 토요일> (68일 차)

- 운동시간 46:22

- 운동거리 7km

- 소모칼로리 367kcal


2월 런데이 미션, 온라인대회 날이다. 이번엔 7킬로로 도전했다.

이틀 전 15킬로 달리고, 하루 쉬고, 오늘 7킬로.

좋은 전략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잠을 푹 못 잤는데 그게 원인인가.

힘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완주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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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월 23일, 일요일> (69일 차)

- 운동시간 30:14

- 운동거리 4.64km

- 소모칼로리 220kcal


남편과 달리는 일요일. 가민을 차고 첫 달리기.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 이제 런데이에서 가민 커넥터로 이사해야겠지? 여기도 그날의 메모를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운동 거리나 페이스를 좀 더 꼼꼼하게 잡아주는 것 같아 믿음직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화면 캡처 2025-02-28 114434.jpg 가민 165


<2025. 2월 24일, 월요일> (70일 차)

- 운동시간 37:08

- 운동거리 5.72km

- 소모칼로리 253kcal


컨디션이 별론가 뛰는 게 힘겹다.

예전엔 뛰고 나면 성취감이 꽤 신났는데 지금은 단점만 떠오르네. '이거밖에 못 달렸네' 하는 부정적 생각.

겨울인데도 뛰는데 덥다. 이런 불편한 점이 여름엔 어쩌나 하는 걱정을 사서 하는 우려. 전날 먹은 막걸리 탓으로 돌려야 하나. 벌써 러닝 정체기인가. 가민도 얻었는데 더 날개를 달아야는데 훨훨 까지는 몰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총체적인 죄책감을 들게 한다.



<2025. 2월 25일, 화요일> (71일 차)

- 운동시간 31:08

- 운동거리 650m

- 소모칼로리 156kcal


출근하는 날은 아침에 수영을 가는데, 요즘 러닝에 빠져 있어서 수영이 시들하다.

오늘은 사람이 별로 없을 거 같아 수영장 입장. 가민이 수영 리포트를 어떻게 해줄지 호기심이 수영을 스킵할까 하는 마음을 이김. 아직 결과 그래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좋은 수치인지, 개선이 필요한지) 잘은 모르지만 데이터들이 쌓이면 뭔가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오늘 운동은 아침 수영으로 대체한다.



<2025. 2월 26일, 수요일> (72일 차)

- 운동시간 21:12

- 운동거리 3.09km

- 소모칼로리 156kcal


저녁식사 전에 짧게 뛰고 옴. 배고프다. 기온은 영상인데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네. 어제 러닝을 빼먹어서 오늘도 스킵하면 불안해서 무리하게 시간을 냈다. 이번 주 토요일 3.1 마라톤 잘할 수 있겠지? 5킬로니까 마음이 가볍긴 하다. 그래도 컨디션 조절을 잘해놔야겠다.



<2025. 2월 27일, 목요일> (73일 차)

- 운동시간 28:40

- 운동거리 3650m

- 소모칼로리 171kcal


수영장에 가서 샤워만 할까 수영도 할까 매번 갈등의 시간이다. 오늘은 쉬지 않고 열심히 뺑뺑이 돌았는데 이상하다. 1킬로는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네. 체감한 것과 팩트 사이에 간극이 크다. 운동시간이 좀 짧긴 했다. 아침에 지근하게 머리가 아파서 엄살을 부렸다. 그래도 스킵할 수도 있었는데 수영한 게 어디야. 오늘 휴가자가 많아서 사람 별로 없으면 50미터 풀에서 놀아볼까 했는데 어멈, 뭔 일이야. 사람이 왜 이리 많지.

오늘도 아침수영으로 대체한다. 저녁에 야근으로 집에 퇴근이 늦었다. 컨디션은 계속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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