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듣는 경제 상식
봄이다.
<2025. 3월 7일, 금요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서, 눈부신 햇빛에서 간질거림이 느껴진다.
금요일, 퇴근이 늦어서 저녁 먹고 나니 시간이 빠듯하다. 러닝을 생략했다.
예전엔 하루 빼먹으면 큰일이 날것처럼 마음이 바빴는데 이제 그런 강박은 버리려 한다.
즐기면서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해야지.
휴일이나 몸의 컨디션이 좋을 땐 길게 오래 뛰기도 하니까 매일의 강약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러닝 70일이 넘은 짬바라면 응당 이런 거 아닐까.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편안한 마음이 되어간다. 러닝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은 비기너 들은 자신을 닦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나는 그 단계는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또 나왔다.
변명이 길었는데, 하루 땡땡이쳤다는 얘기되시겠다.
<2025. 3월 8일, 토요일> (78일 차)
- 운동시간 38:44
- 운동거리 5.07km
- 소모칼로리 282kcal
토요일, 남편과 함께 운동하는 날. 음악대신 오늘은 팟캐스트를 틀고 뛰었다. 평소에 취약한 경제뉴스를 골라봤다. 경제는 어렵고 용어가 복잡해서 잘 이해가 안 간다. 크게 마음먹고 듣다가 깜빡 흐름을 놓치면 졸음이 오기도 한다. 몸이 편안할 땐 웃기거나 재밌는 영상으로 손이 가니 채널의 선택이 자유롭지 않을 때 들으면 좋을 거 같다. 달리면서 강제로 귀에 주입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겠다. 강제로 오늘의 상식을 채운다. 몸과 마음이 함께 튼튼해지겠는걸. 이 생각을 왜 이제 했지?
<2025. 3월 9일, 일요일> (79일 차)
- 운동시간 37:33
- 운동거리 5.42km
- 소모칼로리 289kcal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이라 마스크 없이 뛰러 나감. 5킬로는 이제 기본값으로 뛰게 된다. 뛸 때 느낌이 다채롭지 않다. 그 간에 다양한 생각을 했는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도 경제뉴스 들으며 러닝 중이다. 기억에 남는 뉴스는 '홈플러스' 소식이다. 주변에서 자주 보는 곳이 휘청인다고 하면 피부로 확 와닿는다. 홈플러스 임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와 다양한 하청업체까지. 홈플러스 하나에 줄줄이 딸린 입이 몇일까. 저런 대기업이 비틀거리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넘어질 텐데 큰일이다. 뱅크런처럼 홈플러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안 사면 어쩌나. 그럼 상황이 더 나빠질 텐데. 연예인 걱정과 대기업 걱정은 하는 거 아닌데... (연예인과 정치인 걱정이었나?)
3.1 마라톤에 나가서 유튜브 '구독' 누르고 선물로 받은 러닝 아이템 '비니' 며칠 잘 쓰고 있는데, 품질이 좀... 판촉물이니 저렴이를 선택한 게 당연한데, 몇 번 안 썼는데 벌써 후줄근하면 좀 많이 실망이다. 그러려니 이해하는 마음과 그래도 이왕이면 하는 마음이 상충한다.
<2025. 3월 10일, 월요일> (80일 차)
- 운동시간 40:16
- 운동거리 2.54km
- 소모칼로리 160kcal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라 걷기로 대체한다. 뛰러 가기에는 마음이 바쁘다. 내일이 독서토론인데 책을 다 못 읽었다. 아직 150여 페이지나 남았다. 이 글을 빨리 마무리하고 마저 읽어야겠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내 스타일은 아니고 강제로 읽는 비문학 도서다.
이 책은 우리가 뇌에 대해 착각하고 있고, 깨닫지 못한 사실을 알려준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은 내 의식이 통제하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 뇌 안에 무의식이 나에게 내리는 지령을 그저 입으로 내뱉고 몸으로 행동하는 거라고 한다.
우리의 뇌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종합해서 판단하고 결론을 내린다. 그 결과를 나에게 전달하면 나는 실행에 옮긴다. 내 의식이 결정한 거처럼 착각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내 무의식이 컴컴한 뇌 안에서 열심히 작업한 일을 그저 출력만 하는 기능이다. 무의식이 나를 지배하고 조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실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을 인식할 뿐이다."
역시 요약이 쉽지 않다. 재미있는 사례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흥미롭게 읽힌다.
러닝에 대한 소감이 뻔해서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 페이지를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