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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r 27. 2017

33 친구 같은 엄마

작은 어른으로 대해야 한다.

<대지>의 작가 펄벅에게는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펄벅은 딸의 손을 쥐고, 글씨 쓰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린 딸의 손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아이는 글씨 쓰는 연습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거죠.

그 날로 쓰기 연습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장애가 없는 아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지금 그 작은 손바닥에

얼마나 흥건한 땀을 숨기고 있는지 아십니까?


       - 작자미상 –


아이를 키우면서 다짐한 게 하나 있다.

‘친구 같은 엄마’가 되자는 것이다.

친구는 대화가 통해야 한다.

토라지고 삐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웠다가 별 것 아닌 일로 화해하고 다시 친해진다.

서로에게 조언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는다.

재미있는 영화나 책은 서로에게 권한다.


아이가 어릴 때와 청소년일 때 시기별로 친구의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줄 수 있고, 아이를 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도 있겠다.

나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반반인 것 같다.

나와 아들이 눈높이를 서로 맞춰주었다.

지금까지는 친구 같은 엄마로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아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여도 귀 기울여 들었다.

작은 머리의 의견을 존중해 줬고,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의견이 엇갈린다면 자신의 의견을 설득시키려 했다.

물론 나는 어른이고 경험이 많아 아들이 설득을 많이 당했다.

대화하는 상대의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공감해주고 경청하고, 강요하지 않고 몇 가지의 대화기술이 필요할 뿐이다.


가끔 어떤 조치가 필요한 문제들이 있다.

아이의 행동을 바꿔줘야 한다거나, 학교 친구와의 갈등 문제는 부모로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화할 때 조바심을 드러내거나 흥분하면 안 된다.

대화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끝낸다.

조치를 해야 하는 문제면 아들이 모르게 해결하도록 한다.

대화 도중에 당장 어떤 조치를 하려고 팔을 걷어 부치면 일이 커진다.

대화를 하는 시점엔 문제 상황이 종결된 경우가 많은데 긁어 부스럼이고 일이 커진다고 느끼면

아이는 더는 상담하지 않는다.

입을 닫고 비밀이 늘어난다.


진지한 대화보다는 말장난을 많이 했다.

장난치고 함께 보드 게임하고 놀면서 대화했다.

그 시간을 돌아보니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거꾸로 엄마가 아들과의 대화를 원한다.

밥 먹을 때 잠깐의 짬을 빼고는 얼굴 볼 시간이 별로 없다.

어릴 때는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데, 이젠 뒤통수를 보는 일이 많아졌고, 옆모습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숙제가 많고 친구와 노느라 부재 시간이 늘었다.

저녁마다 이불 덮어주고 ‘잘 자라’는 말과 함께 안아주고, 얼굴에 입 맞춰주는 일은 계속한다. 


친밀감을 표현할 시간이 더 없어질 앞으로의 날이 서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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