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빈다
- 나태주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고요한 저녁이다.
마음도 고요하고 주변도 고요하다.
마지막 문장이 시큰하다.
‘아프지 마라’.
이 문장은 언제 봐도 마음을 흔든다.
실제로는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고, 눈으로만 보는데도 진심이 전해져 온다.
직접 아는 이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하는 말을 엿들었을 뿐인데 내 마음도 덩달아 출렁인다.
시를 읽고 있으면 찬사를 받는 상대방이 누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아름다운 글을 받는, 시인이 아는 ‘너’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다.
어떤 영감을 줬으며,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길래 저런 찬사를 받는 걸까.
사랑하는 그러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정인을 생각하며 썼을까?
개인적인 호기심이자 궁금증이다.
보통 사람인 나는 드라마틱한 일상을 살지 않는다.
일반인의 삶에서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은 주인공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시인의 삶도 일반인의 것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이 돼서 호기심이 생긴다.
보통의 사람이라도 사랑에 빠지면 종종 꽃 길을 걷는다.
하지만 곧 사그라든다.
현실과 일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더 이상 영화같이 흐르지 않는다.
무뎌지고 시시해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의 아름다운 장면이 일상에서도 재현된다면 아무도 영화를 보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장면이 더 생생하고 리얼한데, 굳이 간접경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상과 현실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
드라마는 현실보단 아름답고 더 애틋하고 진한 농도여야 한다.
현실성이 없을 정도로. 그러나 너무 비현실적이면 또 재미가 없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 적절한 위치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