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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Apr 02. 2017

36 시간 속에 산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ighsister&logNo=220209391429


내 형제는 8남매고, 그중에 나는 둘째다. 

딸이 일곱이다. 하나뿐인 남동생은 귀한 아들이라 특혜를 누렸다.

아버지와 나란히 겸상을 했고, 차별화된 고급(!) 반찬을 받았고 유일하게 유치원을 다녔다.

어렸을 때 집으로 요구르트가 배달되었다.

당연히 남동생을 위한 간식이다.

유치원 다닐 때 기억이니 나는 초등 고학년쯤 되었나 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지만 요구르트는 먹고 싶었다.


성인이 되면 질릴 때까지 요구르트를 먹어보리라 다짐했다.

어느 날 정말로 많은 양의 요구르트를 사 왔고 실행에 옮겼다.

한껏 즐길 생각으로 하나, 둘 먹었다.

처음 한 병은 행복했다.

두 병째도 맛있었다.

세 병째부터 배가 부르고, 불쾌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대로 먹었던 기억은 6병이었던가 보다.

그 뒤로 요구르트에 대한 한(恨)은 풀렸다.

더 이상 요구르트에 집착하지 않는다.


또 하나, 해소하지 못한 먹거리가 있는데 제사상에 오르는 설탕으로 만든 젤리이다.

큰 집으로 명절을 지내러 다녀오면 식구 많은 우리를 위해 과일이며 한과며 조금씩 싸주셨다.

하지만 먹고 싶은 과자류는 항상 포함되지 않았다.

큰집 자식들의 몫이었으리라.

어른들에게 얘기하면 한 번쯤 주셨겠지만 그런 넉살도 없었다.

그저 먹고 싶은 욕망을 꾹꾹 삼켰던 기억이 난다.  

아래처럼 생긴 아이들이다. 


성인이 되어 설탕과자의 한도 풀고 싶었다.

명절 장보기를 할 때 한번, 두 번 곁다리로 구매하고 상위에도 올린다.

어릴 때 어떤 맛을 상상했는지 기억은 없다.

부푼 상상을 했겠지만 그저 말랑한 설탕 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설탕과자의 미련도 이젠 없다.

남편은 지금도 장 볼 때면 꼭 사라고 권한다.

먹고 싶은 종류별로 다 사주겠다고 놀리고, 나는 말리는 사람이 되었다.

설탕 덩어리가 어릴 때는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냥 불량식품이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어린 기억 속의 시간은 내게 먹거리에 대한 여러 추억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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