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상과 일하는 방식의 연결
(부제 : 백 코치가 좋아하는 일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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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재상을 보면 4가지 키워드를 보여줍니다.
창의적 사고, 협업 능력, 솔직함과 개방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각각의 인재상에 드러난 정의는 이렇습니다.
- 창의적 사고 :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 협업 능력 : 팀 내에서 원활하게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
- 솔직함과 개방성 :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태도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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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렇게 인재상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입사를 하고 온보딩을 할 때도 이렇게 인재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컬쳐핏을 면접에서 검증하기도 하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인재상이 있는가? 인재상을 채용시 검증하는가?가 아닙니다. 인재상대로 일을 하고 있는가? 이죠. 인재상을 현재 리더와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에 녹여두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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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직문화 중에 하나를 픽사 (Pixar)가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피드백 문화이죠. 픽사에서는 피드백을 '맞다. 틀렸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다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이 동료들간의 피드백을 녹여 위에서 제시한 4가지 인재상을 풀어내죠.
그 방법 중 하나가 브레인트러스트 (Braintrust) 입니다. 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팀과 브레인트러스트에 참석하는 팀으로 구분되는 회의를 지칭하는데, 모든 애니메이션은 이 브레인트러스트 회의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킥오프에서 애니메이션이 런칭하는 그 시간까지 반복해서 이 회의가 진행되는데, 모든 회의의 패턴은 '피드백'으로 진행됩니다.
1) 진척도와 고민 공유
먼저 제작팀이 자신들의 현재까지 애니메이션 진척도를 공유합니다. 아낌없이 말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고민과 장애물도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캐릭터가 고객들에게 호감이 줄지 모르겠다. 처럼 말입니다.
2) 다른 관점 공유
제작팀의 진척도와 고민을 들은 브레인트러스트 회의 참석자들은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주인공이 노인 한 명이라면 고객을 다 끌어들이지 못할 것 같아. 노인이 주인공이라면 반대로 아이도 주인공으로 포함하면 어떨까?' '왕자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좋아. 그런데 착한 왕자는 익숙하니까 나쁜 왕자를 선택해 보면 어떨까?' '현실의 자매들의 일상이 포함되면 더 좋을 것 같아. 일상의 자매들은 어릴 적에는 함께 놀아.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서로의 옷, 화장품, 악세사리 등을 가지고 싸우지. 전쟁이야. 그런데 성장하면서 공동의 적이 생기면 다시 한편이 되어서 공동의 적을 무찌르려고 해. 공동의 적은 대부분 언니나 동생의 남자친구가 되지' 처럼 말입니다. 이때 정말 수많은 의견들을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3) 적용
회의가 끝나고 제작팀은 남아서 회의 시간에 브레인트러스트 팀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 중 우리가 적용할 것, 우리가 놓친 것, 인사이트 등을 선별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어떻게 우리 작품에 적용할지를 고민하죠. 선택은 오로지 감독의 몫입니다.
4) 반복
시간이 6개월 정도 흐른 뒤 아이디어를 적용한 다음 진척도과 새로운 고민을 공유하는 브레인트러스트 회의가 반복됩니다. 그렇게 작품은 점점 처음의 계획과는 다른 작품이 되고, 제작팀이 알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 인사이트 들이 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전혀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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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트러스트는 고민을 공유하고, 각자의 지식과 경험에 우러나오는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는 회의입니다. 그래서 피드백이자 피드포워드 회의라고 말하죠. 인재상에서 말하는 창의적인 사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몰랐던 관점을 적용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협업은 내 문제 뿐만이 아니라 동료의 문제에게 관심을 가지고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주는 것이죠. 이때 고민을 공유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때 솔직해야 하고 오픈 마인드로 끝까지 듣고 적용할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자신의 고민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리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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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상이 모두 녹여진 일하는 방식이 바로 '브레인트러스트' 입니다. 그리고 이 브레인트러스트의 목적은 단 하나 '작품의 성공' 이고요. 픽사가 가진 비전이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것" 거든요.
4가지의 인재상을 일상에서 보여주는 훌륭한 사람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회사의 비전과 연결되는 부분이죠.
브레인트러스트 뿐만이 아니라, 픽사에서는 수시로 자신의 고민을 오픈하고, 동료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일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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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비슷하게 브레인트러스트를 적용해 본 적이 자주 있습니다. 한번은 회사 대표로 외부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내부망에 '제가 회사 대표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듣고 강의안을 수정하고 싶습니다. 라운지에 00시에 모여주시면 그 강연을 미리 들으실 수 있습니다.' 라고 공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모였고 그 앞에서 준비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강의 후 의외의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종화님, 강의 내용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ppt 디자인이 너무 구린데, 회사 대표로 발표 하시는 거면 디자이너에게 부탁하셔서 ppt 디자인을 조금 우리회사 스럽게 바꾸시면 어떨까요? 폰트까지도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을 피드백 받고 나서 감사인사와 함께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를 찾아가 이런 피드백을 받았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여쭤봤죠. 그분에게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야근을 하면서 ppt를 만져주시더라고요. 그렇게 강의는 잘 끝났고, 디자이너 분께는 한우 갈비를 쐈습니다.
이후로 저희 부서에서는 큰 프로젝트를 하거나, 중요한 외부 강연을 할 때면 항상 동료들에게 2~3번의 피드백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그 내용들을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브레인트러스트의 우리 버전이 생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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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와 인재상, 그리고 일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저 우리의 일하는 방법과 습관을 맞추는 것 뿐입니다. 언제는 하고, 언제는 안하고가 아니라,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하고도 아니라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업무 습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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