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줄수 있는 것

by 그로플 백종화

소고기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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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 18년을 살았을 때 후배들에게 자주쓰던 넛지는 '커피 마실 사람~' 이었습니다. 그리고 옥상으로, 1층 로비로 몰려가서 주문하고, '요즘 어때?'라는 말로 대화가 시작됐죠. 특별히 약속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 20-30분 나누는 대화들이 일을 할 때나 협업을 할 때 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공유하며 깊이를 더해 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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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커피가 아니라 '소고기 한잔 할까?'라고 말이 헛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팀에 있을 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후배가 대리 승진에서 떨어졌었거든요. 저는 그때 아동복에서 부서장이었고요. 후배에게 뭐라 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평소 습관처럼 커피이야기를 꺼내다가 레벨업한 '소고기 한잔'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퇴근후 후배와 둘이 회사앞 소고기 집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에만 가던 곳이었데, 저녁에 오니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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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소고기만 먹었습니다. 공기밥이나 된장찌게도 없이 오로지 고기에만 집중했죠. 저는 고기 굽는걸 좋아해서 열심히 굽고, 후배는 먹기만 했습니다. 대화도 없이 말이죠.

그렇게 제 용돈의 1/3이 사라졌고, 식사 후 후배는 '승진 떨어진 후배에게 선배가 소고기를 먹이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걸 알았다. 승진 떨어져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는데 소고기 먹고 조금 나아졌다' 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부서장님. 걱정안하셔도 되요. 내일부터 또 똑같이 열심히 할께요.'라고 퇴근 인사를 전했죠. 지금도 잘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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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하는 후배에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난 그런 능력이나 권한이 없는데...라며 걱정하는 리더들을 자주 접합니다.


그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지 않을까? 입니다. 10년 전 승진에 떨어진 후배와의 시간도 그랬습니다. 당시 저는 코치 자격을 딴 이후였지만 어설픈 실력으로 코칭대화를 하기보다는 그저 맛있는거 먹이고, 조용히 맞은 편 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이었죠. 조언이나 격려 한마디 하지 않고요. 그래도 후배는 제 행동의 의미를 이해해 주더라고요.


조심해야 할 부분은 용돈받는 부서장에게 소고기는 너무 비쌌다는 것입니다. 동화속에 나올 만큼 작은 후배가 1kg 먹더라고요. 지금은 2kg까진 사줄 수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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